이미지 크게보기‘3黨3色’ 9일 오전 여야 대표들의 다양한 표정이 당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정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의에 찬 표정으로 모두발언을 하는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모두발언 자료를 꺼내고 있는 김동철 비대위원장. 김선규·김낙중 기자 ufokim@

朴, 일부 비서관과 전화통화
탄핵 표결 관련한 보고 받아
집무실서 표결상황 지켜볼듯
한광옥 주재로 비서관회의
가결·부결 따른 대응책 점검

별도의 입장 표명은 안하지만
표결 뒤 간략한 소회 검토 중

9일 국회의 탄핵안 처리로 ‘운명의 날’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주변엔 무겁디무거운 기운이 깔렸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공개 메시지 한마디 없이 질식할듯한 침묵 모드를 이어갔다. 지난 6일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 “탄핵 돼도 담담히 갈 각오”라는 간접 메시지를 전한 것 이외에 사흘째 침묵이다. 탄핵안 가결 후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일체의 통치행위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돌입하며 단 하나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심리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지만 가결을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보다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일부 수석비서관들과의 전화통화를 하며 탄핵안 표결과 관련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오후 국회 탄핵 표결 상황을 집무실에서 TV로 지켜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오전 청와대 핵심 참모진은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탄핵안 가·부결에 따른 대응 방안을 재점검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에도 청와대 비서동인 위민관을 찾아 참모진과 회의를 하고 탄핵 표결 이후 상황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탄핵 이후 혼란스럽지 않게 잘 대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상당히 수척한 상태이지만 겉보기엔 특별한 동요는 없었다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얼굴에 고민의 흔적이 보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표결에 앞서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탄핵안 표결 이후 박 대통령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대국민 메시지를 내보내거나 정연국 대변인을 통해 간략한 소회를 밝히는 안을 검토 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국회의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2004년 3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탄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박 대통령은 역풍을 우려해 자제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청와대 내부에서도 가결 가능성을 높게 보는 가운데 만에 하나 부결이 된다면 박 대통령은 ‘4월 퇴진·6월 대선’을 직접 구두로 언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박 대통령은 탄핵안 표결 중단과 부결을 전제로 4월 퇴진 의사를 시사한 바가 있고, 이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