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헌재 심판 대응 총력

청와대는 겉으론 “담담하다”는 반응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 신분으로 청와대를 쫓기듯 떠날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오명(汚名)의 대통령’으로 남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청와대를 휘감고 있는 상태다.

9일 오후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다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 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표면적으로는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서 가결 이후 상황을 준비해 왔지만 막상 탄핵이 이뤄지자 일손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와 야권에서 이탈표가 나와 탄핵 부결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혹시나’하는 기대감은 이내 실망감으로 변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대통령 탄핵사태로 국정 운영에 공백이 생기고, 외교 안보와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법리적으로만 따져보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소추가 기각될지도 모른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일단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헌재 탄핵심판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특별검사 수사에 총력을 다해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탄핵안 가결로 박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국가 원수 및 행정부 수반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주재, 공무원 임면, 부처 보고 청취 및 지시, 정책현장 점검 등 일상적으로 해오던 국정 수행도 불가능해졌다. 업무 연속성상 청와대 참모들의 비공식적 보고를 받을 수는 있다는 견해가 있지만 공무상 비밀누설 문제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신분까지 박탈당하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호칭도 그대로 사용하고 청와대 관저 생활도 유지된다. 경호와 의전 등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변동이 없다. 다만, 국가 원수 및 행정부 수반으로서 이들 교통수단을 사용했던 만큼 직무정지 상황에선 실제 이용할 일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월급도 종전대로 받지만, 일부 업무추진비 성격의 급여는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