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 정지됨에 따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대한 강제수사 가능성도 높아졌다. 헌법재판소는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에 규정된 180일을 다 채우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심판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 강제수사 탄력= 직무가 정지된 박 대통령은 박 특검의 대면조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검팀은 이번 주중 대략적인 검찰 수사 결과 검토를 마친 뒤 다음 주 초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기업에 대한 수사, 최순실(60) 씨 등 이미 신병이 확보된 주요 피의자 조사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한 뒤 곧바로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박 대통령과 최 씨 등에게 제3자뇌물수수 등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인 특검은 박 대통령에게 두 재단 기금 출연을 놓고 대기업 총수들과 나눈 독대 내용 등을 따져 물을 방침이다. 최 씨 등의 국정농단에도 박 대통령이 적극 개입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 만큼 이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은 헌재의 탄핵소추안 심판 절차와 무관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120일간의 수사 기간이 보장돼 있지만, 국민의 우려를 고려해 최대한 속도전을 펼 방침인데 이때까지 헌재의 심리가 끝나지 않으면 박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 혹은 대통령 퇴임 이후로 미뤄진다.

◇헌재 심판, 빨라질 가능성=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헌재의 심판 절차는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 의결서를 헌재에 제출해 심판을 청구하면서 개시된다. 헌재는 소추 의결서를 접수하면 바로 전자배당 방식으로 주심 재판관을 지정해 탄핵심판 심리에 착수한다. 탄핵심판이 시작되면 헌재는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빠른 헌재 심판을 바라는 국민 여론에 따라 헌재가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해 이르면 3개월 안에 심판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헌재의 변론 과정은 일반에 공개하고 변론은 구두변론 방식으로 하는 게 원칙이다. 변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수 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대통령 출석이 강제되지 않은 만큼 대리인이 대신 의견을 진술할 가능성이 크다. 헌재는 사건 심리를 위해 강력한 증거조사 권한을 발동할 수 있다. 증인 신문을 비롯해 당사자나 관계인이 가진 문서나 장부 등 증거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헌재법에는 재판이나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 탄핵심판의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특검팀 수사와 법원의 재판이 동시에 진행돼 헌재의 원만한 사건 심리가 이뤄지려면 특검과 검찰, 법원이 원본이 아닌 복사본 형태로 사건 기록을 넘겨주는 등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민병기·손기은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