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다수… 의견없이 우왕좌왕

역대 국회에서 당 쇄신을 주도해왔던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제 목소리를 상실한 채 눈치 보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4·13총선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입김 아래 공천을 받은 초·재선 의원 상당수는 “개인 소신에 따라 탄핵안에 찬성하겠다”면서도,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못하고 친박 지도부에 끌려다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재선 의원들은 8일 오전 모임을 갖고 탄핵 국면에 대해 논의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재선 의원들은 지난 5일에도 모였지만 탄핵 표결 참석이나 찬반 등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으지 못한 채, 당 비박(비박근혜)계가 주도하는 비상시국회의에 대한 비판만 쏟아냈다. 한 재선 의원은 “누가 공천을 줄지도 모르는데 지도부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서 좋을 것이 없다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며 “지도부에 동의하지 못한 의원들은 아예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초선 의원들도 6일 모여 ‘탄핵안에 대한 찬반을 나누지 말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을 뿐이다. 이날 회동에서는 비박계 정운천 의원이 “다른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하도록 설득하겠다”고 했다가 다른 의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 모임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3차 담화를 통해 국회 합의를 제안하자 곧바로 모임을 열고 ‘질서 있는 퇴진론’을 주장하며 친박계 지원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한 초선 의원은 “일부 친박 성향 의원들만 몇 마디 했는데 곧바로 성명서가 나왔다”며 “앞으로 이런 모임은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체 128명 중 83명에 이르는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은 절대다수가 친박계로 분류된다. 4·13 총선에서 친박계가 공천권을 휘두르면서 소장파로 부를 만한 의원들이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이 지난 10월에야 초선 모임을 결성했지만 민경욱·추경호 의원 등 친박 성향 의원이 대부분이다.

당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논의나 하면서 친박 지도부 눈치 보기에 급급해하고 있다”며 “중립 또는 비박 성향 의원들은 거의 하지 않아 ‘반쪽 모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