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새누리당 이정현(왼쪽 두 번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9일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원진 최고위원, 이 대표, 박맹우 사무총장, 유창수 최고위원. 김낙중 기자 sanjoong@

- 새누리 의원 전수조사

의원 128명중 56명만 응답
54명은 ‘투표참여할것’ 밝혀
23명 ‘찬성’·27명 ‘비공개’

친박-비박 설득경쟁 치열
“전화공세 올까 입장 못밝혀”
탄핵은 가결예상이 더 많아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를 앞두고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철저한 입단속에 들어갔다. 탄핵소추안을 부결시키려는 친박(친박근혜)계와 이를 가결 시키려는 비박(비박근혜)계가 치열한 설득 경쟁에 나선 가운데 눈치 보기를 하면서 함구령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안이 가결은 되겠지만 찬성 규모를 가늠하기는 힘들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화일보는 7∼8일 이틀 동안 새누리당 의원 128명을 대상으로 탄핵 소추안 투표 참여 여부, 투표 시 찬성과 반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56명 중 54명이 “탄핵소추안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2명은 “아직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사실상 탄핵소추안 투표에 불참하겠다는 응답자는 1명도 없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탄핵소추안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의사와는 달리 ‘익명 보장’을 약속해도 찬성과 반대 의사 표명에는 입을 닫았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2%인 27명이 “찬반 여부를 공개할 수 없다” “아직도 고민 중이다” “당일 투표 현장에서 결정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친박계와 비박계가 탄핵소추안 저지와 통과를 위해 의원 개개인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자신의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탄핵 소추안의 투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특정 계파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 “탄핵소추안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의원은 응답자의 41%인 23명이었다. 새누리당에서 최소한 확보해야 하는 28명에는 모자랐지만,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에 근접해 타결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소추안에 찬성한다는 한 의원은 “탄핵소추안 투표를 앞두고 찬성파와 반대파의 전화 등 공세가 엄청나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의원들도 찬성과 반대가 나뉘어 있지만, 탄핵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을 지역별로 분석하면 수도권이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수도권이 ‘촛불 민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남권은 5명, 호남·충청·강원·비례대표가 6명이었다.

선수별로는 4선 이상 중진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탄핵소추안에 반대하는 의원 6명 중 3명은 박근혜정부에서 장관 등을 지냈거나 청와대에 근무하는 등 함께 일한 경험이 있었다.

유보 뜻을 밝힌 27명의 의원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찬반은 정했지만 미공개’라고 밝힌 의원이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고민 중’이라는 의원은 8명이었고 ‘당일 투표장에서 결정’을 밝힌 의원은 6명이었다. ‘고민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한 의원은 “민심을 내세워 탄핵 당위성을 주장하는 비박계와 박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 등을 내세우는 친박계가 파상적인 설득작업을 하고 있어 마음을 못 정하고 있다”며 “투표 당일인 9일에는 입장을 정하고 투표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종·김만용·김다영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