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은 최대 징역 5년
뇌물 적용땐 형량 10년이상
SK·롯데측 조만간 추가소환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기정사실화하며 대기업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 총수들에 이어 면세점 특혜 의혹과 관련한 수사로까지 범위를 확대한 검찰은 대가성 입증에 초점을 두고 막바지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전날 김재열(48)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 사장을 재소환해 조사한 데 이어 면세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SK그룹과 롯데그룹 고위 임원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검사 임명을 앞두고 검찰은 막판 수사를 대기업 고위 임원들에게 집중해 박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죄 적용에 온 힘을 쏟는 모양새다. 검찰은 ‘비선 실세’ 최순실(60) 씨와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직권남용 혐의에 한해 박 대통령이 공모했음을 밝혔다. 검찰은 대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 및 면세점 입점과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삼성그룹의 경우 두 재단 기금과 별도로 최 씨 측에 직접 돈을 송금한 것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수사 중이다. 특별수사본부는 삼성이 최 씨 측이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에 컨설팅 비용으로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지원한 것 외에 319만 유로(약 43억 원)를 추가 지원한 사실도 최근 확인했다. 검찰은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찬성표를 던진 게 삼성의 최 씨에 대한 지원 대가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별수사본부는 전 방위적으로 진행될 특검 수사 전에 박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된 의혹들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될 경우 법원의 형량도 크게 달라진다.

직권남용의 경우 최고 형량이 징역 5년이지만, 뇌물의 경우는 액수가 1억 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무기 또는 10년 이상으로 높아진다. 뇌물 혐의가 추가되면 향후 진행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하려는 배경에는 앞으로 진행될 재판을 대비하려는 목적도 있다. 직권남용의 경우는 법원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반면, 제3자 뇌물죄의 경우 진술 등으로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

직권남용은 공직자가 허용된 직무 범위를 벗어났을 때 적용되는데, 대통령의 경우 그 범위가 넓어 ‘통치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