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김기춘 이번엔…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김기춘(왼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조사하는 방안을 28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김 전 실장이 지난해 2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전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 車 변호인 추가 폭로

“김기춘, 김종 前 차관 등에
차은택 잘 도와주라고 말해”

박지원 “김기춘은 法미꾸라지
‘공범 朴대통령’에 혐의 씌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막판에 새로운 의혹들이 줄줄이 제기되고 있다.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측이 27일 기소 직후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름을 언급한 데 이어 28일에도 다시 이들의 해명에 반박성 폭로를 하고 나섰다. 변호인을 통한 반격인 셈이다. 특히 그간 김 전 실장·우 전 수석이 해온 해명과 배치되는 주장들이다. 검찰은 잇단 폭로성 의혹 제기에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76) 기흥CC 회장의 소환조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을 고리로 한 ‘우병우-최순실-김기춘 등 3각 커넥션’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 수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사실상 수사 마지막인 이번 주 중으로 소환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나, 검찰은 그 전까지 최대한 관련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김 전 실장과 김 회장의 소환조사와 관련, “지금 당장 소환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소환조사에 대한 검토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 전 단장 김종민 변호인이 최순실(60) 씨를 거쳐 김 전 실장을 만났으며, 김 회장·최 씨와 함께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폭로한 데 이어 이날 최 씨가 차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에 대한 지원을 은밀하게 요청할 정도로 김 회장과 가깝다는 주장이 새로 나왔기 때문이다. 김 전 실장과 김 회장은 이번 사건에서 주요 관계자로 거론돼 왔다. 앞서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김 전 실장이 최 씨를 소개해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 전 차관과 (검찰 소환 조사를 통해) 대질할 의사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차 씨를 최 씨 소개로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차 씨를 만난 것은 맞지만, 대통령의 지시로 만나 차 한 잔 마셨다”며 최 씨는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 “차 씨 사업에 관여한 바도 없고, 차 씨를 정성근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와 김종 전 제2차관과 함께 만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 전 단장측 김종민 변호사는 28일 “차 전 단장이 공관 입구에서 김 전 차관, 정 당시 내정자와 만나 함께 들어갔다”며 “면담 자리에서 김 실장이 차 전 단장에 대해 ‘아이디어가 아주 많은 사람이니 잘 소통하고 도와드려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반박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 전 실장이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차 전 단장을 만났다고 언론에 밝힌데 대해 “김 전 실장이 이제 최순실과의 만남을 부인하고 박 대통령을 끌고 가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법 미꾸라지이자 즉석 형량 계산기인 김 전 실장이 모든 것을 다 검토하고 (최순실· 차은택 등의) 검찰 공소장에 공범으로 밝혀진 박 대통령에게 혐의를 씌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우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부두목 김 전 실장이 지금이라도 제발로 검찰로 찾아가 수사를 자처하라고 요구한다”면서 “제 발로 출두하지 않으면 검찰은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 등을 반드시 반드시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회장에게는 최 씨의 딸 정유라(20) 씨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관련해 ‘외부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차 전 단장은 최 씨와 김 회장이 김 회장 소유 기흥컨트리클럽에서 자신과 고영태(40) 더블루K 이사와 함께 골프를 칠 때 당시 이화여대 교수도 참석했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을 도와준 대가로 우 전 수석이 최 씨의 국정농단을 눈감아줬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