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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기준

1948년 ‘대한민국 수립’ 표현
北 3대 세습체제 비판 구체화
친일파 표현 ‘친일 인사’ 대체

정부가 지난해 10월 국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1년여간 집필한 역사교과서는 1948년 8월 15일에 대한 표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서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꾸고 정부 주도 경제개발 과정의 성과를 비중 있게 다룬 게 최대 특징이다.

교육부가 지난 25일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에 따르면 가장 논란이 된 ‘대한민국 수립’ 시점을 1948년으로 봤다. 이전 집필기준에서는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표현했지만, 새 편찬기준은 “유엔 결의에 따른 5·10 총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이 수립됐다”고 명시한 것이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수립’이란 용어 사용에 대해 우파 진영이 주장하는 ‘대한민국 건국’과 좌파 진영이 주장하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대한 “최선의 절충안”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1910년 국권 피탈 이후 3·1 운동을 비롯한 우리 민족의 독립과 건국을 위한 모든 노력이 광복을 거쳐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완성됐음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일부 역사학계 인사들은 “1948년을 국가 수립으로 볼 경우,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경제성장의 성과는 더욱 강조됐다. 현행 검정교과서는 산업화와 경제성장에 대해 “빈부 격차 등 사회문제를 야기했다”는 식으로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데 반해,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의 편찬기준은 “경제성장으로 인한 성과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균형 있게 서술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룩한 대표적인 국가” “새마을운동이 농촌 근대화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고 이 운동이 최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등 산업화 성과를 강조하는 내용도 새롭게 포함됐다.

북한 문제와 위안부 관련 서술도 구체화됐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3대 세습, 핵, 인권, 천안함 폭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전 검정교과서는 “일본군 위안부 등 비인도적 행위”라고 표현했지만,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는 “일본 정부가 일본군과 관계가 있음을 인정한 ‘고노 담화(河野 談話)’가 있었다”고 구체화했다.

친일 행각을 의미하는 ‘친일파(派)’라는 표현이 ‘친일 인사’라는 단어로 대체된 것도 이전 검정교과서와 차이가 있다. 유관순 열사의 이름은 집필기준에 새롭게 등장했다. 교육부는 집필기준에 “3·1 운동을 서술할 때 종교계와 유관순을 비롯한 청년·학생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음에 유의한다”는 표현을 넣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성과로 꼽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의 역사적 의미, 의무교육과 문맹 퇴치 노력, 외교적 독립투쟁 등도 집필기준에 담겼다.

한편,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국정과 검·인정 제도를 ‘왔다 갔다’하는 역사교과서 발행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6·25전쟁 이후 검정으로 출발한 역사교과서는 박정희정부 이후 국정화로 바뀌었다. 김대중정부 들어 다시 검정제로 전환됐고, 2011년 이명박정부에서 완전검정제가 정착됐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