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화’ 향후 일정은

교육부 철회 방침 수용땐
여론수렴해 대안 추진할 듯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향후 예상되는 로드맵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한 뒤 12월 한 달 동안 전문가 토론회와 국민 여론을 수렴, 내년 2월 인쇄·배포를 거쳐 3월 신학기부터 국정 역사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러나 교육부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국민 여론 악화로 사실상 ‘국정화’를 철회하면서 새로운 대안들이 필요하게 됐다.

교육부는 일단 오는 28일 현장 검토본은 예정대로 공개하되, 내년 3월 일선 학교에 적용한다는 기존 일정을 고수하는 대신 국민 여론을 수렴해 추후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을 것이 유력하다. 교육부는 내부적으로 국·검정 혼용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방안을 교육부가 수용하는 모양새다. 국정 교과서와 기존 검정 교과서를 공존시킨 뒤, 일선 학교들이 그 내용을 비교해 보고 자율적으로 채택해 사용토록 하자는 방안이다. 검정 교과서와의 자유경쟁체제인 셈이다. 교육부 역시 더 이상 ‘국정화’를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내부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면에는 교육부가 마련한 국정 역사교과서가 내용 면에서 기존 검정 교과서에 전혀 밀릴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내포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아 국정 역사교과서 내용을 보지도 않고 무조건 반대하는 분위기지만, 일단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 적용 시기를 미루는 방안도 있다. ‘2015 교과과정’이 적용되는 오는 2018년에 다른 교과서와 함께 일선 학교에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는 다른 교과서들과 달리 역사교과서만 내년에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정권이 교체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교육부가 채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오는 대선에서 보수 진영 후보라도 국정 역사교과서를 공약으로 내세우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건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학생들에 대한 교육과 조직의 안위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 부총리로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청와대가 이 부총리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부총리가 사의 표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