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의를 표명한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법무장관·민정수석 초유의 동시辭意 파장

대통령직 수행 최후의 보루
탄핵정국 못이기고 균열 조짐

‘수습 어렵다’ 판단 결단한듯
靑·정부 사의 확산 가능성도

청와대가 23일 파국 상황에 직면했다. 김현웅 법무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위한 최후 보루가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 내부로부터 탄핵 정국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사의 표명이 ‘정권 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청와대는 물론 정부 전체가 내부로부터 시스템이 붕괴되는 징후가 농후한 상황이어서 정권이 무기력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후폭풍을 견디지 못하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수석비서관이나 국무위원들의 도미노식 줄사퇴가 일어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지난 1960년 4·19혁명으로 물러난 이승만 당시 대통령도 경무대에서 허정 외무장관과 김정열 국방장관 등 장관들의 건의로 하야를 결심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결백을 주장하면서 계속 직을 수행할지 혹은 탄핵당하기 전 모종의 결단을 내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 수석의 급작스러운 사의 표명은 공식적으로는 최순실 사건과 관련, 대통령이 형사 사건 피의자로 입건되고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책임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출신인 최 수석 입장에서 더 이상 민정수석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의 혐의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법률가의 양심상 일방적으로 대통령을 두둔하는 역할을 하기 어렵고 자신의 결단이 상황을 풀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최 수석의 사의 표명은 거취를 놓고 고민하는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등 참모진에 내부적으로 상당한 충격파를 던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내의 무너진 기강을 확립할 인물로 꼽혔던 최 수석이 지난달 30일 내정된 후 불과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더 이상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회의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 수석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퍼질 경우 꿋꿋이 자리를 지켜왔던 기존 청와대 수석들도 출구전략 모색에 들어가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석훈 경제수석과 현대원 미래전략수석, 김용승 교육문화수석, 김현숙 고용복지수석, 정진철 인사수석 등은 유임된 인사들이다. 실제로 최 수석과 함께 임명된 배성례 홍보수석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신임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원제 정무수석의 속내도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위원들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야권을 중심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도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가 일부 국무위원의 항의를 받고 중간에 퇴장하기도 했다. 국무위원들은 국정이 우선이라며 아직 사의를 표명하지 않고 있지만 이 같은 국무위원 총사퇴론에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종학 전 민주당 의원 등이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