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命運 걸린 檢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의 대통령 조사 연기 요구로 검찰 수사가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김수남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강경 기류로 바뀐 검찰

확실한 물증 확보 혐의 자신
100만 촛불민심 등에 업어
‘시간끌기 용납안하다’ 의지
특검 출범 앞두고 수사 속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수사에 대한 사실상 거부 방침으로 꼬인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 우호적인 데다 구속된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서 박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도 확보한 만큼 거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정치권에서 최순실 사건 관련 특별검사 합의도 이뤄져 검찰로서는 엄정한 수사 외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15∼16일 직접 조사’라는 검찰의 첫 번째 통보를 거부했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직접 조사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17일까지도 직접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차 내놓은 상황이다. 박 대통령 측이 여전히 변론 준비 등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할 경우 더 이상 청와대의 ‘시간 끌기’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게 수사팀의 기류다.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듯한 기류가 감지되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의 ‘중대 결단’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대해서는 수사팀부터 검찰 고위층까지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구체적인 중대 결단으로는 청와대가 계속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거부할 경우 박 대통령의 혐의를 밝히고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 검찰이 이미 안 전 수석의 수첩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의 혐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준까지 수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사정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날 “아무리 여론이 좋아도 검찰은 여론만 갖고는 움직일 수 없다”며 “검찰이 13일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 원칙을 천명한 것을 기점으로 수사팀 기류가 강경하게 바뀐 것은 확실한 물증을 확보해 박 대통령의 혐의를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수남 검찰총장의 강력한 의지로 검사 40명이 투입돼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평이다.

검찰이 박 대통령 측의 의도적인 시간 끌기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배경에는 ‘촛불 민심’ 등 여론의 동향도 깔려 있다. 애초 최순실 사건 수사가 언론의 취재와 국민의 비판 여론에 떠밀려 이뤄진 측면이 있는 만큼 검찰이 박 대통령 등 정권에 대해 의도적으로 봐주거나 휘둘리는 모양새를 보일 경우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검이 조만간 시작되는 만큼 최소한 특검 수준의 수사 결과는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