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불소추 특권 있을뿐인데 호도”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54·사법연수원 24기·사진) 변호사가 15일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운운하며 검찰 조사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대통령에게 마치 ‘불조사 특권’이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 변호사가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것도 고려해 달라”고 호소한 것과 관련, ‘세월호 7시간 의혹’이나 ‘수액 주사 대리처방 의혹’ 등 향후 검찰 수사에 대비해 부적절한 사전 포석을 깔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유 변호사는 15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고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현직 대통령은 재직 중 내란·외환죄 이외에 소추를 받지 않도록 불소추 특권을 인정한 헌법 제84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통령에 대해서는 내란·외환죄가 아닌 한 수사가 부적절하고 본인의 동의하에 조사하게 되더라도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지장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에겐 불소추 특권이 있을 뿐 불조사 특권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헌법 전문가들은 비판했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1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추할 수 없으면 수사를 해봐야 소용이 없게 되기 때문에, 불소추는 조사를 하지 말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일각의 논리에 대해 “헌법은 ‘이념법’이기 때문에 헌법 조항 해석은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정상적인 헌정 상황이 아닌 데다, 대통령 본인도 검찰 조사에 적극 임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밝힌 마당에 대통령 변호인이란 사람이 헌법을 굳이 그렇게 좁게 해석하는 엉터리 소리를 해 여론을 자극하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김문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도 헌법 84조가 수사 자체를 하면 안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어떻게든 (지금) 검찰 수사가 확실히 돼야 나중에 정치적으로 판단하게 될 탄핵 정국에서나, 탄핵을 심판하는 헌법재판소가 사실관계를 판단할 때 (검찰 수사 내용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검찰도 그래서 고심 끝에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