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후 포털사이트 검색어로 ‘최순실 연예인’이 종종 올라옵니다. 최 씨의 조카딸인 장시호 씨의 연예인 인맥이 탄탄하다는 살이 붙으며 그 정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죠. 최순실 사태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데 정작 ‘최순실 연예인’에 대해서는 손에 잡히는 뭔가가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연예계 소식에 정통한 몇몇과 접촉해봤습니다. 저마다 생각이 달랐지만, 그들의 공통된 의견은 이것이었죠. “최순실, 장시호가 민다고 연예인이 뜹니까?”

연예인의 동력은 ‘대중의 인기’입니다. 돈을 주고 절대로 살 수 없는 거죠. ‘잘나가던’ 스타가 말실수 한마디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대중의 관심 밖이던 걸그룹 EXID, 가수 한동근 등이 노래와 퍼포먼스가 뛰어나니 ‘역주행’하며 스타덤에 오르는 동네입니다. 비호 세력이 있고, 국가 행사에 섰다고 인기까지 따라오는 건 아니란 거죠.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가장 많이 이름이 거론된 가수는 이승철과 싸이입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예계에 최순실 인맥이 있다”며 “생뚱맞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초대돼 노래를 부른다”면서도 실체는 밝히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죠.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이승철과 싸이를 가리켜 “대한민국 대표 가수 맞는데”라는 분위기였죠. 양측은 크게 분노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의혹이 있으면 수면 위로 드러내고 명명백백한 검증을 받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니셜 토크’가 낳은 참사였죠.

(둘은 이미 부인했지만) 이승철, 싸이가 최순실 혹은 장시호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싸이가 ‘비선 세력’의 도움 덕에 ‘강남스타일’로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했을까요? 이승철이 정권에 잘 보이고자, 독도에 가서 평화송을 부르고 그 이유로 일본 활동에 빗장이 걸렸을까요?

우리는 ‘최순실’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면 무엇이든 이슈가 되는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빨간 차압 딱지 붙이듯 근거 없이 덕지덕지 붙이다 보면 오히려 본질을 놓칠 수 있습니다.

특정 연예인이 전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최 씨와 연관이 있다고 하니 대중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 입장에서는 최 씨와의 연결고리가 생긴다는 것이 소름 끼치도록 싫을 수밖에 없죠. 만약에 불법적인 지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된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하지만 실체와 물증도 없이 괜한 의혹을 부추기는 건 불확실성의 시대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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