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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유는 다들 짐작하시겠죠. 워싱턴포스트가 ‘소프 오페라(soap opera·연속극)스캔들’로 표현한 정권 게이트 때문입니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잔인하다지만 사람들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는 스토리들이 연일 쏟아지니 책을 손에 쥘 여유가 없을 듯합니다.

일본 정신전문의 오카다 다카시(岡田尊司)의 ‘심리 조작의 비밀’(어크로스)을 집은 것은 사이비 종교까지 뒤얽힌 이 소프 오페라 스캔들 때문입니다. 지난 2013년 출간된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의 개정 증보판인 책의 부제는 ‘어떻게 마음을 지배하고 행동을 설계하는가’입니다. 책은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사이비 종교 집단에 들어가 가족과 연을 끊고 교주 뜻대로 움직이는지, 풍족한 환경에서 대학 교육까지 받은 엘리트가 어떻게 테러리스트가 되는지 등을 심리 조작으로 분석합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어떻게 많은 독일인이 나치 선동에 현혹됐는지에 대한 해석이며, 시선을 좀 더 우리 일상으로 바짝 당기면 왜 멀쩡한 젊은이가 피라미드 조직에 빠져 물건을 팔러 다니는지를 설명합니다.

모든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성향, 주변에 믿고 의지할 대상이 없거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정신이 약해진 상태 등이 심리 조작 대상이 되기 쉬운 유형입니다. 심리 조작의 원칙들은 이런 것들입니다. 정보 입력을 제한하거나 과잉되게 한다. 뇌를 지치게 만들어 생각할 여유를 빼앗는다. 구제를 확신하고 불멸을 약속한다. 누구나 사랑받길 원하며 배신은 두려워한다. 자기 판단을 불허하고 의존 상태를 유지시킨다.

저자는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두려움, 증오, 불안이 내재해 있다며 심리 조작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이런 취약한 심리를 파고들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심리 조작 기술의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조작받은 사람들은 기꺼이 용감하게 행동하며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행동했다고 믿습니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는 심리 조작이 널려 있고, 현대인들은 상처받기 쉽고 고독하기에 조작에 더 취약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신의 의미와 주체성을 잃지 않고 불안정한 내면을 다스리며 자신을 돌보라고 조언합니다.

흥미롭게 죽 읽히는 이 책을 북리뷰 톱으로 소개할까, 좋은 정치에 대한 논의를 담은 책을 전할까 고민하다 앤더슨 쿠퍼와 글로리아 밴더빌트의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을 택했습니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 게이트에 지치고 너무 많은 뉴스에 피곤한 독자들을 위해 속임수와 추문, 돈과 권력, 정치 같은 것들은 빼고 삶의 가장 근본적인 관계와 사랑을 전하는 부담 없는 책을 택했습니다. 가치가 뒤죽박죽이 돼버린 전 국민 패닉 시대, 그래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잊지 말고 중심도 잃지 않는 주말 보내세요.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