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바른사회시민회의 포럼

북한 정권이 주장해온 평화협정은 미군철수와 한·미동맹 와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북한학을 전공하는 미국인 교수에 의해 제기됐다.

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주관 정책포럼 ‘북한의 핵미사일과 한반도 안보 및 통일’ 토론자인 브라이언 마이어스 동서대 교수는 미리 공개한 토론자료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마이어스 교수는 “북한이 오래전부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것을 미국에 요구해왔으며, 한국 진보 진영은 물론 미국의 자유주의 진영도 평화협정에 대한 북한의 이 같은 요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 전문가들이 간과하는 중요한 사실은 북한 정권에는 평화협정이 미군철수와 한·미동맹 종식을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2년부터 계획경제가 많이 해체돼 왔고 북한이 헌법에서조차 공산주의에 대한 모든 언급을 삭제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한성렬 외무성 부상은 지난 10월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호텔에서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만나 1.5트랙 접촉을 갖고 ‘미국과의 평화협정 전에는 비핵화가 없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날 곽인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리 공개한 발제문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미국군대가 한국에서 철수하면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중국이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병행 추진하려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협정 체결 카드로 활용하는 동시에 동북아에서 패권국의 지위를 차지하는 데 방해가 되는 주한미군 철수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주장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김태우 건양대 교수는 “김정은 정권은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체제 딜레마’ 속에서 핵무력, 투발수단, 핵전략 등을 고도화시키면서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한국은 비핵을 준수하면서 북핵 위협을 불식하는 외교적 군사적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언젠가 도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은 잠정헌법이 아닌 ‘완성헌법’의 성격을 가지며, 현행 헌법은 통일 과정은 물론 통일한국에서도 적용되도록 예정돼 있는 헌법”이라고 전제한 뒤 “남북합의서 등 하위규범에 의해 관습헌법의 지위를 갖는 ‘대한민국=단일국가’라는 규범을 무시하고 연방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적 행위요, 반국가적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