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금실 물방울뷔페 대표가 1일 충남 아산시 읍내동 식당에서 손님들의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아산 = 김낙중 기자 sanjoong@

(8) ‘정착 성공’ 스토리 - 물방울뷔페 최금실 대표

돈을 쪼개 컴퓨터학원 다니고
새 메뉴 필요하면 전문가 자문
저렴하고 맛좋은 뷔페 입소문

1일 오전 5시 충남 아산시 읍내동에 한식뷔페 식당 ‘물방울뷔페’의 문이 열렸다.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식당 문을 연 이는 물방울뷔페 대표 최금실(50·가명) 씨였다. 이 식당은 오전 6시부터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해 7시가 되면 30∼40명의 손님이 가게 안을 채운다. 최 대표가 운영하는 식당은 6000원이면 뷔페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인근 건설현장이나 공장 근로자들에게 인기 있는 밥집이다. 이른 시간에 문을 열어 이곳에서 차로 20분 걸리는 지역에서도 식사를 하기 위해 최 대표의 식당을 찾는다.

손님들은 “식사 때마다 새로운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데다 맛도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계절 메뉴인 냉면과 잔치국수, 상시 메뉴인 갈비 등이 물방울뷔페의 인기 메뉴다. 그의 식당에서는 아침식사뿐 아니라 점심·저녁식사를 모두 할 수 있다.

탈북민인 최 대표가 식당을 연 것은 채 2년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의 식당은 월 2500만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면서 안정 궤도에 올랐다. 최 대표는 “한국에 온 지 10여 년 만에 드디어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 대표도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나원에서 나온 뒤 한 영농조합에 경리로 취업했지만 하나원 교육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엑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식당 종업원으로도 일했지만 가게가 잘되지 않아 나오기도 했다. 북한에서 수학교사 였던 전공을 살려 탈북학생 전담 상담교사에도 도전했지만 자신이 일할 수 있는 학교가 거주지 아산과는 동떨어진 충북 청주, 부산, 인천 등에 있어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했다.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도 메뉴를 고기 뷔페로 선택해 이익이 남지 않는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최 대표가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모르는 것을 배우는 데 아낌없는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엑셀 프로그램을 다루기 위해 없는 돈을 쪼개 컴퓨터학원에 다녔다. 식당에 새 메뉴가 필요하면 전문가를 초청해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는 비결을 배웠다. 그렇게 배운 것들이 결국 도움이 돼서 돌아왔다. 엑셀은 현재 최 대표의 식당에 없어서는 안 될 프로그램으로 식자재 관리나 하루 정산을 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하나하나 배워갔던 냉면·매운탕 등의 기술은 손님을 더 끌어들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 대표는 “당시 엑셀을 배워두지 않았다면 지금 식당을 운영하는 데 직원 한 사람을 더 써야 했다”며 “음식 메뉴도 계속 발전시킨 게 손님들을 붙잡아 두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탈북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남들이 잘된다고 해서 무턱대고 시작했다가는 적응하지 못하고 망하기 쉽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를 잘 파악하고 그 분야의 일을 끊임없이 배워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산 =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