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장철진 JM공조 대표가 경기 의정부시 금호동 사무실에서 에어컨 실외기 작동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JM공조 제공

(8) ‘정착 성공’ 스토리 - 에어컨 설치업체 장철진 대표

식당 일 전전하다 ‘홀로서기’
1년도 안돼 자본금 바닥 위기
성실함 하나로 고객 사로잡아

“처음에는 동정 어린 시선과 차별대우가 정말 힘들었지요. 하지만 한 분야에서 성실히 10년 이상 경력을 쌓고 보니 이제는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탈북해 새터민이 된 장철진(39) 씨는 연간 2억5000만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에어컨 설치 전문업체 ‘JM공조’의 대표다.

장 대표는 2005년 하나원에서 나와 바로 식당에서 일했다. 하지만 새터민이라는 이유로 다른 직원들에 비해 월급을 심하게 적게 주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결국 한 달 만에 그만두고 기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에어컨 설치기사 일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일이 많아지는 6월이어서 차근차근 일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돼 초반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7∼8명의 친구와 함께 시작했지만 장 대표를 제외하고 모두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뒀다. 그는 일을 계속하면서 자신감도 얻었다.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받았다. 그가 북한에 있을 때 통신병으로 복무하면서 무전기를 다루고 스스로 수리했던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일하는 동안 결혼해 아들딸도 얻었다. 이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홀로서기에 나서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2011년에는 아이들의 이름 앞글자를 따 JM공조를 차렸다. 그간 모은 돈과 대출을 받아 9000만 원을 들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1년도 안 돼 자본금이 모두 바닥날 만큼 새로운 도전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성실한 그의 태도에 고객들이 몰려들었고, 지금은 영업 없이 순수 주문만 받아 2명의 직원과 함께 사업을 꾸려 나갈 정도가 됐다.

장 대표는 “처음에는 탈북한 사람이라고 동정의 눈빛을 보내는 게 많이 부담됐다”면서 “메마른 서울 사람들에 대한 불신도 컸다”고 힘들었던 점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그래도 나를 받아준 한국 사회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는데, 내가 에어컨을 설치해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도 뭔가 사회에 공헌한 것 같아 뿌듯해진다”며 “그런 자신감을 안고 10년간 꾸준히 일한 덕분에 인정도 받고 많은 거래처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JM공조는 경기도 의정부에 있지만 작업은 전국구로 이뤄진다. 그는 고객이 부르면 부산이든, 제주도든 어디든 달려간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우리 회사를 찾아주는 고객들이 고마워서 항상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야 주변 상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사투리 등 이곳 사람들과 다른 점 때문에 위축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선택을 믿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대표는 “특히 힘들 때마다 이곳에 온 이유를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목표에 대해 “10년, 20년 뒤에도 지금의 자리에 서 있고 싶다”면서 “믿을 수 있는 대표, 멋진 아빠로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