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긴급 회동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과 일부 비박(비박근혜)계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동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김종 차관과 대립각 세웠더니
의정 평가 좋았음에도 낙천”

TK 공천 신청했던 前의원
“상대 후보, 崔씨에 줄 댄 듯”
19代 총선 공천 개입설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지난 4월 13일 치러진 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에 최순실의 입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당시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근거 없이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많아 ‘박심(朴心)아닌 최심(崔心)’에 따라 공천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낙천한 새누리당의 친박계 A 전 의원은 31일 통화에서 “19대 의정활동 중 최 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종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어야 했다”며 “이후 최 씨와 박 대통령에게 나와 관련된 안 좋은 말을 하고 다녔고, 19대 의정활동 결과가 다른 의원들에 비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낙천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최 씨가 국정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정부와의 연결 고리로 지목돼 왔고, 2013년부터 무려 3년 동안 문체부 차관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인물이다.

A 전 의원은 “김 전 차관은 새누리당 의원에게 지나가는 말로 ‘나는 마음만 먹으면 장관도 문제없는데 청문회 넘기가 힘들어서 차관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권력을 과시하고 다녔다”며 “지금에 와서 보니 최 씨가 뒤에 있어 김 전 차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대구·경북(TK)지역에 공천을 신청했다 컷오프된 친박계 B 전 의원 또한 “공천 전 여의도연구원에서 돌린 조사에서 내가 우위인 것으로 나왔고, 19대 의정활동 평가도 상당히 우수했기 때문에 공천에서 탈락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런데 컷오프 후 상대방 후보가 청와대 최순실 라인 측근에게 줄을 댔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라”고 토로했다. B 전 의원은 “정치활동을 하며 최순실 등 비선 실세나 문고리 3인방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과 전혀 연줄이 없었던 것이 공천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 씨가 20대 총선의 공천뿐 아니라 19대 총선에서도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정당의 공천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해도 월권행위”라며 “더욱이 비선 실세가 정당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대한민국 정치 시스템의 붕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