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탈북자 중 드물게 대학 강단에 선 주승현 전주기전대 교수가 이달 중순 군사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전주기전대 제공

(7) 전문직·농업 등 각계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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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대학교수, 공무원 등 영향력 있는 직업과 전문업종에 진출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탈북자들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고 탈북자 사회에서 자긍심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정부의 탈북민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이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수용될지 주목된다.

주승현(35·군사학과·사진) 전주기전대 교수는 탈북자 중 드물게 대학교수가 된 인물이다. 지난 2002년 휴전선을 넘어 탈북한 후 10여 년 공부한 끝에 통일학 박사학위(연세대)까지 취득하고 올해 초부터 대학 강단에 섰다. 통일교육위원이며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는 주 교수는 지난 20일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정부의 대북 정책과 탈북민 정책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국내 탈북자 3만 명 시대에 20명 남짓한 박사급 탈북민 인재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분단의 사생아’로 이 땅에 살아남아야 하는 탈북민들의 애환을 한국사회가 정확하게 알고 너그럽게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적대와 증오를 배태해 온 70년 분단사만큼이나 통일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통일의 일꾼으로 탈북민들이 적절하게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자 중 국내에서 활동하는 의사는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3년 말 광주 서구에 의원을 개원한 박모(47) 씨의 경우 북한에서의 의대 학력 등을 인정받아 의사 국가고시를 치러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박 씨의 의원은 특히 통증 치료를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꽤 많은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박 씨는 초진 환자의 경우 30분가량이나 진료를 할 만큼 정성을 기울이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그러나 북한 의사 출신으로서 ‘제도적 장벽’을 호소하는 이도 있다. 2008년 탈북한 북한 의사 출신 A(56·경남 거주) 씨는 “북한에서 30년 넘게 의사 생활을 했는데 여기 와서는 자격증을 인정해주지 않고 새로 따라고 해 공부할 처지도 안돼 포기했다”며 “제발 먹고 살게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탈북 의사 80여 명 중 70명가량이 의사 면허를 못 따고 있다”고 전했다.

공직에 진출한 탈북자들은 잘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시 공무원 강모(여·52) 씨는 2005년 탈북해 2012년 11월 부산시에 특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그는 부산지역 탈북자 1011명에 대해 각종 상담을 통해 취업 등 남한 생활의 정착을 돕고 있다. 그는 “(탈북자들에게) 생활이 어렵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노력하면 쉽게 적응하고 성공할 수도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며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 제한경쟁 9급 공채’에 합격해 작년 말부터 광주 서구청에 근무하는 B(42) 씨도 초기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민원인들을 상담하는 부서에 근무할 만큼 업무 처리에 능숙해졌다고 한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양봉업에 종사해 고소득을 올리는 농민도 있다. 2012년 말 탈북한 이주용(여·50) 씨는 같은 처지에 있던 김철진(48) 씨와 결혼한 뒤 충북 괴산군 청안면에 정착, 양봉업으로 남한에서의 성공신화를 그려가고 있다. 김 씨가 북한에서 습득한 양봉기술이 창업의 바탕이 됐다. 이들은 2014년 초 1500만 원을 들여 100통(통당 5만∼7만 마리)의 벌로 양봉업을 시작, 지금은 400여 통으로 늘려 연간 6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씨는 “성공했다고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남한에 제대로 정착했다고 자부한다”면서 “양봉업을 더욱 확대해 수입이 늘어나면 한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꿈에 부풀어 있다”고 자랑했다.

광주 = 정우천·전주 = 박팔령 기자 sunshine@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