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정책 방향 세미나

손쉽게 기업사냥 당하는 폐해
차등의결권제 등 신속 도입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톨레랑스(관용)가 필요합니다.”

“장기 보유 유인 주식제, 차등의결권제, 인수·합병(M&A) 규제 등이 도입돼야 합니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와 산업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새로운 산업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산업 정책 대안이 쏟아졌다.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산업 정책 방향’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의 개념설계 역량 부족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 세계가 한국을 벤치마킹하려 연구하는 지금 한국의 현실은 전자 산업이나 자동차 산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면서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실행역량과 개념설계 역량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실행역량 중심으로 발전해와 어려움에 봉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나마 전자나 자동차에서 10여 년 전 뿌린 개념설계 역량이 살아남아 지금까지 산업 발전을 이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행착오의 축적을 두려워한다면 신산업은 없다”면서 “실패해도 괜찮다는 톨레랑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산업계가 마주한 위기를 타개하려면 도전적 시행착오를 장려하는 사고방식, 글로벌 네트워크에 열린 사고방식, 장기적 시각으로 축적하는 사고방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주도 개혁을 거치며 주주 중심적인 자본주의적 요소가 대거 도입돼 저성장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장기 투자보다는 배당에 중심을 두다 보니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 한국 경제 어려움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벤처기업의 차등의결권제도(보유한 지분율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 장기주식 보유제, 우리나라만 너무 손쉽게 기업사냥을 당할 수 있는 M&A 규제의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