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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 김환기(사진)는 한국에서 가장 그림값이 비싼 화가다. ‘무제 27-VII-72 228’이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K옥션 경매에서 54억 원에 낙찰되며 국내외에서 경매를 통해 판매된 한국 작가의 작품 중 최고가 1위부터 4위까지를 모두 김환기 작품이 차지하게 됐다. 그 뒤를 박수근의 ‘빨래터’와 이중섭의 ‘황소’가 뒤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미술계에선 김환기의 작품이 아직도 저평가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소한 100억 원은 상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토속성이 짙은 박수근이나 이중섭 그림과 달리 뉴욕시대를 거치며 김환기의 작품에 모던한 조형미가 가미돼 글로벌 감성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환기는 1913년 전남 신안군 기좌도(현 안좌도) 읍동리에서 1남 4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이후 고향을 떠나 서울 중동중학교에 들어갔으나 중퇴하고 일본 도쿄(東京)로 유학을 떠나 니시기시(西岸)중에 들어갔다. 이후 일본대 예술학부를 졸업한 뒤 동 대학 연구과에 2년간 머무르면서 화단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김환기의 창작 활동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1930년대 도쿄 유학시절부터 1956년 파리로 떠나기 전 서울에서의 생활이 1기이고, 2기는 이후 4년간(1956~1959)의 파리 체재기, 그리고 3기는 19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참석을 계기로 시작된 뉴욕 시기다. 구상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서울에서와 파리에서의 작업은 어떻게 보면 뉴욕시대를 위한 준비였다. 김환기는 뉴욕에서 ‘전면점화’로 대변되는 추상미학을 완성해 냈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김환기에 대해 “봉건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도정에서 현대미술을 추구하면서 고결하게 살다가 죽은 그는 최초의 대표적 추상화가로서 그 안에서 자신의 독자적인 미의 세계를 추구해 나간 작가였다”며 “그의 그림은 서양의 재료로 그려진 그림이지만 그 정신이랄까 내면세계는 가장 한국적인, 동양적인 것으로 채워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