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500일…’ 성공
‘영웅본색’ ‘첩혈쌍웅’ 실패
작은영화 시장 황폐화 지적도

유명 영화들의 재개봉 행렬이 이어지며 ‘재개봉 영화’가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1년 4편에 그쳤던 재개봉 영화는 2012년 8편, 2013년 28편, 2014년 61편, 2015년 107편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유행이 흥행을 보장하진 않는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성공한 재개봉 영화의 대표 사례는 지난해 12월 선보인 ‘이터널 선샤인’이다. 이 영화는 49만 명을 동원해 2014년 개봉 성적(13만7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올해는 6월 개봉된 ‘500일의 썸머’가 14만7800명을 모아 역시 2010년 개봉 성적(13만7000명)을 뛰어넘었다. 이외에도 12만7100명을 모은 ‘인생은 아름다워’도 성공한 재개봉 영화로 손꼽힌다.

하지만 미디어는 ‘잘된 작품’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재개봉 영화=돈이 된다’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곤 한다. 막상 성적표를 들춰보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영화도 즐비하다. 개봉 30주년에 맞춰 재개봉됐던 ‘영웅본색’은 4900여 명을 모으는 데 그쳤고, 대표적인 홍콩 누아르인 ‘첩혈쌍웅’ 역시 900여 명만이 다시 찾았다.

이외에도 올해 재개봉됐던 ‘매트릭스’(8007명), ‘피아니스트’(5398명), ‘유주얼 서스펙트’(4731명), ‘마지막 황제’(3906) 등 명작이라 불렸던 영화들이 1만 명 이하 관객을 모으고 조용히 퇴장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재개봉할 시점에는 떠들썩하지만 막상 종영할 때도 주목받는 작품은 많지 않다”며 “여러 업체가 앞다투어 재관람 가능성이 높은 영화를 수입하려 경쟁하다 보니 가격만 높아졌다”고 꼬집었다.

중소업체들이 재개봉 영화에 몰두하는 이유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때문이다. 재개봉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통상 1만 명 안팎. 이 수치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투자 비용이 높지 않아 손해액이 크지 않다. 또한 마니아 팬이 많은 유명 영화들이라 홍보 비용이 절감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재개봉 영화가 ‘작은 영화’ 시장을 황폐화시킨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상영관 확보가 어려운 다양성 영화들이 그나마 공략하던 틈새시장마저 재개봉 영화에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특별한 의미 없이 수익만을 목적으로 유명 영화들을 재개봉하는 행태를 지양하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