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공동 회견 애슈턴 카터(왼쪽) 미국 국방장관과 한민구 국방장관이 20일 미국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제4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카터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강력한 대한 방어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의 확장 억제 제고 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 보도문서 빠진 ‘美전략자산 한반도 상시·순환배치’

미국의 군사정보 노출 우려와
주변국 불필요한 오해도 부담
美, 명기할 단계 아니다 판단
신설 EDSCG 과제로 넘어가

北核 실전배치 임박한 상황서
독자적 핵무장 주장 이어질듯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순환’ 배치를 요청했지만 미국이 사실상 ‘수시 전개’의 방향으로 방침을 정해 한·미 간에 엇박자가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강력대응이라는 총론에 동의하면서도 전략자산의 배치는 ‘공개적으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북한 핵무기 증산과 고도화, 실전배치가 임박한 상태에서 한국의 안보 불안이 계속 고개를 들면서 독자 핵무장의 목소리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일보 10월 20일자 1·5면 참조)

이날 한민구 국방장관은 SCM 직후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공동합의문에 전략자산 상시·순환 배치가 빠진 배경’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그것이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지만, (미국은) 앞으로 구체적으로 논의를 더 해보자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일단 미국 전략자산의 운용 방안 및 상시 배치는 형식적으로는 후속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와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실장급 ‘위기관리특별협의체(KCM)’의 후속 과제로 남게 됐다. 하지만 미국의 추가 논의 시사는 외교적인 수사 어구에 불과하고 사실상 거절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은 군사정보 노출 우려와 중국과 러시아와의 마찰 등 크게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핵잠수함과 핵항공모함, B-1B 랜서와 B-52·B-2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의 동선은 군사보안 사항인 만큼 상시·순환 배치의 공개적 언급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략자산의 상시·순환 배치를 SCM 공동보도문에 명시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오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대오에도 균열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여기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지역 현안을 더욱 꼬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 장관이 “(군사적 옵션을) 특정해 이야기하는 것이 전략적 입장에서 그렇게 현명한 것이 아니라는 미국의 입장이 있었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일단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수시로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한 장관도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순환 배치를 포함해 앞으로 (추가 조치가)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전략자산의 상시·순환 배치 검토라는 표현으로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한·미 간에 커다란 합의나 북한의 중대한 핵위협 등이 없을 경우 진전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미국은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아직 충분한 계획이 안 된 상태로, 한반도에 상시·순환배치할 전략자산 종류와 순환배치 주기 및 잠수함 훈련 등 한·미연합 훈련 일정 등에 대한 충분한 계획이 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핵위협에 대해서 한·미 간에 온도 차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미국이 북한핵 문제를 한·미·일 3국 군사협력 차원에서 다루려고 한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한·미가 이번 SCM에서 일본 자위대와 함께 올 6월 처음으로 실시했던 북한 미사일 경보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한·미·일이 해상 기반의 미사일방어체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