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 정권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 씨의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더블루K(The Blue K)’ 사무실 안이 19일 텅 비어 있다. 포커스뉴스

일감 몰아주고 기금 사적 유용
檢, 최씨 직접 조사 가능성도

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기류가 20일 급변하고 있다. 우선 미르·K스포츠재단의 800억 원 상당의 기금 마련에 개입했다는 의혹 수준을 넘어 최 씨의 개인 비리를 의심케 하는 정황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 씨가 기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재단 사유화를 진행해왔다는 의심이 여권 핵심 내에서부터 제기되는 상황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실제 최 씨 관련 고발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 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 대한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는 조만간 재단 설립 허가를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부서 실무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재단 설립 과정에 대해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모금 등에 청와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밝혀달라며 고발한 사건이다. 또 검찰은 출입국 기록 등을 통해 현재 최 씨가 딸 정유라(20) 씨와 함께 독일에 체류 중인 것을 확인했다. 최 씨에 대한 직접조사 가능성도 열어 두고 독일 내 정확한 거주지 확인에도 나섰다. 최 씨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어서 수사가 급속도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단 검찰은 고발이 들어온 재단 설립 과정부터 조사할 계획이지만, 재단 기금을 최 씨가 사적으로 유용한 부분(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가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많다. 최 씨가 재단을 사유화하려 한 의혹도 곳곳에서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 씨가 한국과 독일에 세운 ‘비덱(Widec)’과 ‘더블루K(The blue K)’란 정체불명의 회사가 K스포츠재단 사업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K스포츠재단은 한 대기업에 비덱 관련 사업에 80억 원을 별도로 투자하도록 ‘요청’한 사실이 불거졌다. 비덱은 최 씨와 그의 딸이 지난해 독일에 세운 스포츠마케팅 회사다. K스포츠재단의 직원들이 최 씨 모녀의 독일 거처를 구하는 일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비덱이 인수한 호텔에 정 씨가 생활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한국과 독일에 설립한 더블루K 역시 사실상 최 씨의 회사로 알려져 있다. K스포츠재단이 한국 더블루K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 돈은 독일의 더블루K를 거쳐 최 씨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라는 의혹이 나온다.

애초 두 재단이 여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 원의 기금을 ‘뜯어내’ 재단을 설립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신청한 지 하루 만에 설립 허가가 난 두 재단은 국내 10대 기업으로부터 두 달 만에 약 800억 원(미르486억 원·K스포츠288억 원)의 자금을 조성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