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알트스쿨에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알트스쿨 홈페이지

2부. 교육 패러다임 전환 ① - 세계의 혁신 교육

‘캠퍼스도, 강의실도 없지만 미국의 하버드대보다 입학 경쟁률이 높은 대학.’전 세계에서 모여든 학생들은 온라인을 통해 유명 교수들로부터 토론 주제를 받고 온라인상에서 세미나 형식의 토론을 해 나간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 올려 이를 어떻게 하면 현장에 적용할지를 배운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도 배운다.

이 학생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캠퍼스 없는 혁신 대학 ‘미네르바대학’(Minerva school’s) 학생들이다. 미네르바대학은 지난 2011년 설립된 신개념의 혁신 학교다. 4년 내내 100%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6개국에 위치한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수업을 받는다.

20여 명의 학생이 온라인 강의에 참석해 교수로부터 토론 주제를 받으면 토론과 협업을 통해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데, 특히 1년에 한 번은 미국과 영국, 독일, 인도 등 다른 나라에 있는 기숙사로 옮겨 살며 학습을 계속해 나간다. 기존의 대학 개념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신개념의 대학 모델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온라인 수업방식과 창의적·토론식 강의 등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적화된 새로운 대학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업료도 3000만 원 정도로 싸다. 7800만 원 수준인 미국 프린스턴대의 절반 수준이지만, 아이비리그 수준의 품질 높은 교육내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올해 초 입학 합격률이 하버드대(5.2%)보다 치열한 1.9%를 기록했다. 그만큼 경쟁률이 높아 합격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미네르바대학은 내년에는 서울에도 기숙사를 세울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면서 세계 각국의 교육체계에도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결국 ‘교육’으로 귀결된다”고 할 정도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재’와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교육시스템 변혁의 지향점은 4차 산업혁명에 맞춰져 있다. 다양한 교육시스템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미국에는 미네르바대학 외에도 ‘알트스쿨’(Alt School)과 ‘칸아카데미’(Khan Academy) 등 이미 성공단계에 접어든 새로운 교육시스템들이 자리하고 있다.

알트스쿨은 ‘스타트업’ 학교의 대명사로 불리는 곳이다. 구글 임원이었던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맥스 벤틸라가 지난 2013년 설립한 학교다.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학생의 나이나 학년으로 반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이 흥미를 보이는 분야나 특성에 따라 반을 나눈다. 그만큼 학생 개개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기반으로 한다.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기존의 강의방식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교사가 학생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제공하면, 학생과 학부모·교사가 함께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강의를 진행한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협업과 토론, 융·복합에 익숙한 창의성을 가진 학생을 육성하는 데 최적화된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도 이 학교에 투자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칸 아카데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나온 살만 칸이 2006년 만든 비영리 교육 서비스로, 초·중·고교 수준의 수학·화학·물리학부터 컴퓨터공학·금융·역사·예술까지 4000여 개의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2만여 개 학급에서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2012년 기준, 방문자가 4300만 명으로,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교육체계 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해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발걸음이 더디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한국형 무크’(K-MOOC)는 서울대 등 국내 10개 대학의 27개 강좌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교육부는 2018년까지 모두 500개 이상의 강좌운영을 목표로 매년 강좌 수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미네르바대학 학생들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 지역에서 지역 연구를 위해 현장학습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미네르바대학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