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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재정硏 ‘법인세 부담 수준’ 보고서

“법인세율 높은 美 · 濠 수출비중은 12%·19%에 불과
무리하게 세율 인상하면 경쟁력 떨어지고 세수 감소”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높은 수출 비중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법인세 최고세율)은 수출 비중이 비슷한 국가들의 법인세율 ‘중위수’(통계집단의 변량을 크기의 순서로 늘어놓았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값)보다 2%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법인세율 인상 여부를 논의할 때 세계 주요국의 법인세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우리나라와 수출 비중 등 처한 상황이 비슷한 국가와 비교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법인세 부담 수준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의 법인세율은 해당 국가의 수출 비중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선임연구위원이 수출 비중 통계와 법인세율 자료를 사용할 수 있는 154개 국가를 대상으로 법인세율 분포를 분석한 결과,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대체로 낮은 수준의 법인세율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20% 수준으로 법인세율이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가 높은 수준의 법인세를 부과할 경우, 해당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게 김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반면 수출 비중이 낮은 국가의 경우 법인세율이 높은 경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이후 수출 비중 평균은 52% 수준이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22%는 우리나라와 수출 비중이 비슷한 구간(수출 비중 45~60%)에 속한 국가들의 법인세율 중위수 20%보다 2%포인트나 높았다.

미국과 호주 등 법인세율을 30% 이상 고율로 과세하는 나라의 수출 비중은 각각 12.6%와 19.8%로 매우 낮았다. 반면, 수출 비중이 100%를 초과하는 아일랜드, 싱가포르, 홍콩의 경우 법인세율이 12.5~17% 수준에 불과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세계 각국의 법인세율은 해당 국가가 처한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한국 경제의 특징과 구조를 정확히 파악한 상태에서 법인세율 인상 여부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가 무리하게 법인세율을 인상할 경우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법인 세수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고,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서 국민경제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