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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재 인천대 교수

“기술의 진보로 인해 기존의 일자리가 없어지느냐 하는 것과 기술 진보로 인해 국가 차원에서 일자리 총량이 줄어드느냐 하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이인재(경제학·사진) 인천대 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의 상관관계에 대한 섣부른 예측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학계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일자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불러온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발 나아가 4차 산업혁명으로 없어지는 직종이 있을지언정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 총량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교수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향후 미국 일자리의 47%가 없어질 것이라는 등의 전망이 과대추정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4차 산업혁명이 세계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이 경제학적으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현재 제시되고 있는 각종 예상 데이터들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도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고용 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노동·고용 정책 변화의 바람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했다. 그는 “과거 기술진보로 농업시대에서 정보기술(IT) 시대로까지 발전하면서 무수히 많은 직종이 사라졌고, 앞으로는 기술 진보가 더 빨라져 기존의 기업과 근로자 계약관계 등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사라지거나 새로 생겨나거나, 변화되는 일자리에 대한 직업 전환 서비스나 직업훈련, 고용 정책 등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고용 정책이나 방식을 통해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초래되는 미래의 고용 환경을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직종과 일자리 총량의 구분 접근법과 관련, 그는 “과거에도 기술진보로 없어지는 직종이 어쩔 수 없이 생겨났다”며 “그러나 국가 전체 차원에서 일자리 총량이 줄어드느냐는 또 다른 문제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해서 반드시 일자리 총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교수는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직업훈련 제도나 교육제도·고용서비스 강화 등의 피상적인 대책을 말할 수는 있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은 현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 모르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다만, 기술 진보가 이뤄지면 기존의 이해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마련인데, 정부가 이런 이해관계를 유능하게 풀어나갈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