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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화물차 규제 완화 반발 등
파업 명분, 직접 연관성 떨어져

표준운임제 법제화도 비현실적
지입제 폐지 땐 되레 생존 위협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10일 0시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번 파업이 정당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가 ‘생계형’이 아닌 ‘정치형’이라는 것이다.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의 요구 사항은 △1.5t 미만 소형화물차 수급조절제(진입규제) 유지 △표준운임제 법제화 △지입제(持入制·운수 회사에 개인 소유 차량을 등록한 뒤 일감을 받아 보수를 받는 제도) 폐지 등이다.

하지만 화물연대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거나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안으로 파업 명분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2003년, 2008년, 2012년 파업이 차량급증과 유가급등에 따른 생계형이었다면, 이번 파업은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철도 파업으로 물동량이 증가하며 화물차 업계로선 호재인 가운데 벌이는 것이어서 정치적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8월 30일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의 핵심인 1.5t 미만 화물차 수급조절제 완화의 경우 화물연대 주장과 달리 화물차가 급증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현재 허가제가 적용되고 있는 1.5t 미만 소형 화물차를 사실상 등록제로 바꿀 경우 진입 문턱이 낮아지며 화물차 운전자들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화물연대 측은 “낮은 운임으로 장시간 근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급조절제마저 완화될 경우 화물차 공급이 폭증해 차주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근로 환경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택배 물동량 급증으로 차량이 부족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양도와 톤급 상향을 금지했고, 지입경영이 불가능하도록 운전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진입 조건이 까다롭다고 주장한다. 4대 보험 가입 및 급여 지급 여부에 대해서도 주기적으로 관리할 예정이어서 위장 경영 가능성도 낮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소형 화물차에 대한 신규허가를 극렬히 반대해야 하는 용달업계도 이번 대책에 찬성하고 있다”며 “대형 화물차주로 구성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화물연대가 소형 화물차 증차에 반발하는 것은 파업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다른 요구 조건인 지입제 폐지의 경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재산권으로 인정받은 법원 판례가 있고, 폐지할 경우 지입이 음성화하며 영세 차주의 생존권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에 계약 기간 6년 초과 때에도 상호 합의 시에만 계약 해지를 허용하는 등 지입 차주 권리 향상을 위한 대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가 2008년 파업 때부터 도입을 주장하는 표준운임제의 경우 공급 제한 상태에서 가격 통제까지 실시하는 것으로 사적자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미 19대 국회 때 표준운임제 도입과 관련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해 관계자 반발로 폐기됐다.

박수진·김영주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