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앱 ‘선물 거절’기능
“교사가 준 칭찬 선물도 저촉”
초중고에 퍼지며 혼란만 가중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3일째를 맞은 30일에도 혼란은 여전한 가운데,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대학은 교수에게 음료수 등 어떠한 것도 건네지 말라는 당부의 문자를 학생들에게 보내는가 하면, 교사가 칭찬의 의미로 학생들에게 주는 선물조차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얘기가 퍼지는 등 사회가 메말라 간다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경북의 한 대학교는 전날 ‘교수·교직원들에게 음료수 등 어떠한 것도 건네지 않도록 하고, 일체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않도록 유념하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사진)를 전교생들에게 발송했다. 김영란법 1호 신고 대상이 학생에게 캔커피를 받은 대학교수라는 것이 알려진 데 따른 조치였다. 프랜차이즈 커피점 스타벅스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에 ‘선물 거절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법 기준이 불분명해 여전히 곳곳에선 혼란을 겪는 등 불만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권익위원회나 경찰서에 문의해도 ‘애매하다’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다. 권익위가 조기 취업생에게 학점을 부여하는 것이 김영란법에 저촉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후, 조기 취업생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동안 대학들은 학기 중 취업한 학생들이 취업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취업계’를 내면 출석을 하지 않더라도 학점을 인정해줬다. 송모(26) 씨는 “교육부가 조기 취업생들에게 학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대학 자율적으로 학칙을 개정하라는 공문을 보냈다지만, 학칙을 개정하려면 의견수렴과 회의 등을 거쳐야 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대학 측 답변을 받았다”며 “학점이 인정되지 않아 취업이 취소되는 건 아닌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가 교사에게 주는 선물뿐 아니라, 교사가 학생들에게 칭찬의 의미로 주는 조그마한 선물도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박모(30) 씨는 “학생들이 칭찬 스티커 20개를 모으면 학용품을 선물로 준다”며 “교원평가 때문에 학생들에게 선물을 주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교육 방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효목·최재규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