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처 파견자들 복귀시켜
민간기업 혁신 배울 기회 잃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공무원의 민간경험 축적을 위해 만들어졌던 ‘민간고용휴직제’도 논란거리가 될 상황에 놓였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공무원들이 김영란법 위반 가능성에 노출돼 있어 일부 부처에서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아예 파견 공무원을 복귀시키기도 했다.

30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29일 민간고용휴직제로 기업에서 근무 중인 A 과장을 복귀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A 과장은 포스코대우(구 대우인터내셔널)에서 부장급으로 근무하고 있었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직무 관련성이 문제가 되자 복귀조치 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민간고용휴직제 관련 해석을 내려주지 않았다”며 “공석인 과장 자리도 있어 복귀조치됐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에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산업부는 4명의 과장급 공무원이 민간기업으로 나가 있지만, 권익위나 인사혁신처 등에서 어떤 언급도 없어 난감해 하고 있다. 인사 적체가 심한 기재부의 경우 민간고용휴직제도를 적체 해소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었는데, 직무 관련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불러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처가 이 같은 혼선을 겪고 있음에도 인사혁신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무원의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이 있으면 선발할 때 배제한다”며 “공직자 윤리법 규정상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업으로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의 말과는 달리 각 부처 공무원들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기업으로 파견을 나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한 공무원은 “민간기업들의 혁신적인 문화를 배우고 탁상행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행된 민간고용휴직제가 김영란법의 모호성으로 인해 중단될 위기”라며 “공무원들이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정민·박정경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