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본회의 표결과 관련, 새누리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정세균(가운데) 국회의장이 26일 오전 굳은 표정으로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야당 의원들만 자리 지켜
與위원장 8곳 “진행 불가”
野 “내일까지 계속 거부땐
사회권 넘겨받아 강행할것”

與 “丁, 입법수장 자격없다
의장대신 의원으로 부를것”
野 “무책임한 집권 여당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니다”

26일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국정감사장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국감 보이콧을 선언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고, 야당 의원들만 자리를 지켰다. 이날 국감이 예정된 12개 상임위 중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5개 상임위는 국감이 진행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머지 7개 상임위도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됐다.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들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8개 상임위의 국감 진행 불가 방침을 정했고, 야당은 27일까지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국감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사회권을 넘겨받아 국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아예 국감을 2∼3일 연기하자고 요청했다.

같은 시각 국회에선 여야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9시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해임건의안 처리 이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전날 밤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4시간에 걸친 의원총회 후 불과 7시간 만이다. 그러나 정작 국감 파행 사태에 대한 해법은 논의하지 않고, 정 의장과 야당 지도부에 대한 막말만 이어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세균 의원은 대한민국 입법부 수장이 될 자격이 없는 분으로 민주당의 하수인에 불과하다.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내내 ‘정세균 의장’ 대신 ‘정세균 의원’이라고 표현했다. 새누리당은 의총 직후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소속 의원 129명이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야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던 새누리당이 국회 밖으로 나가지도, 국감에 임하지도 못하는 처지가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은 국감 보이콧을 선언한 새누리당에 대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집권 여당으로서 무책임하다”고 몰아붙였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감은 민생을 돌보고 정부 실정을 견제하는 국회의 권능”이라며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대단히 중요한 만큼, 해임건의안 후속조치는 후속조치대로, 국감은 국감대로 분리해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집권여당의 모습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국회는 청와대의 출장소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우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국감을 2∼3일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저렇게 외통수로 나가고 있는데, 우리마저도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의장님 견해에 동조하고 당내 의원들을 설득해보겠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미 당 최고위원회에서 국감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만큼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국감 보이콧에 임한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산업통상자원위 등 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도 가까스로 열렸다가 감사가 중지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김윤희·박세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