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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방위역량 강화 가로막는 장애물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실전 배치를 위한 광란의 질주를 벌이고 있지만 정보 부재로 북한 핵능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가운데 건군 이후 지속된 한미연합사에 의존하는 방어전략이 자주국방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 육군과 해군, 공군의 나눠먹기식 전력증강 구조 역시 한국 국방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군에는 미·중 간의 역학관계 변화로 인한 한반도의 힘의 공백과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 후 미국의 군사력 공백을 메우는 ‘한국 방위의 한국화’, 즉 한국군의 자위적 방위역량 강화가 신(新)자주국방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의 핵탄두 탑재 미사일 실전 배치 임박은 그동안 청와대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국가정보원 등에서 북한의 핵전면전쟁계획 시나리오인 통일대전, 이른바 ‘판가리(생사존망 결판을 뜻하는 북한말)전략’에 주목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한 핵무기 대응을 위한 국가대전략 수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 북한 핵능력 판단 착오가 핵위기 자초 =1990년대 중반 대북 정보파트에서는 북한의 고난의 행군 기간 경제 파탄 참상 후폭풍과 핵무기를 통한 남침전쟁 전략 추진 첩보가 동시에 입수됐다. 당시 한·미 군당국은 북한의 경제난을 이유로 “주민이 굶어 죽어 망해 가는 북한이 무슨 전쟁을 도발하겠느냐”며 평가절하했다. 대신 북한 내부 쿠데타 또는 급변사태 발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김대중정부 출범 뒤에도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군사 동향을 검증한 결과 향후 십 수년 내에 북한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그러나 보고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 결국 북한의 핵전쟁 전략에 대비해야 한다는 군 일각의 요청에 재갈을 물렸고 군의 핵전쟁 대응태세는 훼손됐다. 이에 비해 북한은 강성대국 건설기간(1998~2012년)에 군 전력 구조와 군부대 배치를 개편하는 등 정치사회 구조를 핵무기·신(新)속도전·국방위원회 중심으로 완전히 개편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형 국방전략의 실종= 통합군 구조의 전환 없이는 한국군의 자위적 방위역량 강화는 불가능하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는 우리 군이 취약해진 이유에 대해 “한국군의 한미연합 방위체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한국군은 미군을 지원하는 구조, 즉 3군 병립형 본부체제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예산 및 인사권만 가진 계룡대는 전투준비태세에 대한 책임도 권한도 없다. “한국군은 전쟁 준비는 연합사에 의존하면서 고비용의 원정군 형태 국방체제의 교리, 작전술, 무기체계, 교육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왔다”며 “한국군의 구조적 병폐를 쇄신하기 위해 모든 한국군의 유전자에 잠식돼 있는 원정군 방식의 미국식 군사철학, 교리, 무기체계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자세를 철저히 불식시켜야 하며 물량 위주의 군사력 건설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 대표는 “외형적 군사력 비교를 통해 북한 따라잡기식 방어 위주의 군사력 건설 기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3군이 나눠먹기식 전력 증강으로 국력의 차이를 군사력의 차이로 만들지 못한 채 한반도에서 북한의 비대칭 군사력에 군사적 주도권을 잃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비대해진 상부 구조 개편 필요 =북한은 통일대전 수행에 적합한 군 구조로 전면 개편했음에도 한국군은 6·25전쟁 후 변화 없이 ‘군사령부∼소대’의 중층적 지휘구조, 행정기능 위주의 병과제도, 합동적인 전력 발휘를 저해하는 육·해·공군이 분리된 미국의 원정군 형태의 비효율성을 답습하고 있다. 당면 위협보다는 각 군의 외형을 유지하기 위한 전력 증강 관행이 지속되면서 군사력 건설이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상부 구조의 개편이나 슬림화 없이 전투형 군대 육성이나 국방·안보의 정상화가 불가능함에도 군 개혁은 번번이 좌절됐다. 국민의 78%가 찬성하는 국방개혁안은 국회에서 표결조차 못하고 표류하는 신세다. 국방개혁(307계획)의 핵심은 상부 지휘 구조 개편이다. 군 장성수를 2020년까지 15%인 약 60명 감축하는 목표는 구두선에 그쳤다. 군사 전문가들은 특히 정보 분야는 가장 우선적으로 조직과 부대 구조, 인력 구조를 개편할 것을 권고한다. 대북 정보 수집과 분석 임무를 고려해 정보업무 수행 기구를 통합, 재편해야 한다.

◇전반적인 군 구조 개혁 시급 =군사 전문가들은 한미연합 방위체제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한국군 구조 혁신 등 군 개혁을 실행에 옮기고, 정권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왜곡돼온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정보역량을 쇄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 등에 북핵대응실과 북핵대응국·핵방어국 등 기구를 설립해 위기관리 및 국방태세를 핵전쟁 대비태세로 전환하는 등 북핵 폐기를 최우선한 ‘한국형 국방·안보전략’ 수립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도발에 대한 사후약방문식 대응 대신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해 억제력을 극대화하는 유비무환 태세도 필요하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후에 미국의 핵우산인 확장억제정책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수립 강화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은 북한이 몇 걸음을 앞서 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의 GPS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등 사이버 공격 후 사이버사령부, 천안함 공격 후 잠수함사령부, 연평도 포격 후 부랴부랴 서북도서사령부가 창설되는 식이다.

홍 대표는 “북한 및 주변국의 위협과 전력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평가를 토대로 한국적 작전개념, 교리 등을 수립해 전력 확보 목표 및 전력 증강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며 “3군 합동전력인 감시정찰·지휘통제, 장거리 타격수단인 항공전력, 정밀유도무기와 잠수함 전력 등 제반 위협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에 중점 투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