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일 충남 천안시 목천읍 국학원에서 세종시교육청 주최로 진행된 ‘스승과 제자를 위한 소통·공감·동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게임을 하면서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세종시교육청 제공

- 세종시교육청 ‘소통·공감·동행’

3인4각·369·풍선릴레이게임
몸 부대끼며 ‘마음의 문’열어

촛불 켜놓고 밤늦게까지 대화
교사·제자 모두에‘힐링 타임’

“내년 후배들에도 참여 권할것”

“선생님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팀워크를 느끼고, 속 깊은 얘기를 통해 서로 이해의 폭도 넓힌 것 같아 활동에 참여하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지난 8∼9일 이틀에 걸쳐 충남 천안시 목천읍 국학원에서 진행된 ‘스승과 제자를 위한 소통·공감·동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양지고 2학년 김지훈(17) 군이 밝힌 소감이다. 김 군은 “선생님과 함께 3인 4각 등 단체 게임을 하면서 유대감을 느끼고, 밤에 촛불을 켜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위로와 공감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김 군은 “선생님의 격려를 받고 자동차 기술자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돼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심이 다시 생겼다”고 전했다.

세종시교육청이 지역 내 중·고교 교사와 학생이 참여하는 ‘사제동행 캠프’를 운영하면서 점차 사라져 가는 교권존중 풍토를 되살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날 행사에도 세종시에 위치한 금호·도담·한솔·종촌중 등 6개 중학교와 양지·고운고 등 2개 고등학교에서 총 39명의 교사와 학생이 참여했다.

세종시교육청은 교육비와 교육장 사용료, 숙박비, 식대와 간식비 등으로 839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시교육청 측은 “선생님은 교육에 대한 자신감과 사명감을 고취하고 학생은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느낄 수 있도록 전문업체에 의뢰해 맞춤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운영했다”고 밝혔다. 특히 교사와 학생들의 소통능력 배양과 문제 해결 과정 교육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프로그램인 만큼 내용도 다양했다. 교사와 제자가 파트너가 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힐링 커뮤니케이션’, 교사와 제자가 서로 역할을 바꿔 서로의 처지를 체험해 보는 ‘멘토와 멘티’ 프로그램이 특히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교사와 학생이 조를 나눠 ‘풍선 릴레이’, ‘3·6·9 게임’ 등 조별 게임을 하며 참가자 간 마음의 문을 열고 동기 부여를 유도하는 ‘오픈 유어 마인드’ △교사가 교직 생활 중 겪었던 스트레스와 상처를 학생들과 공유하고 치유를 시도하는 ‘스승 마음 톡톡’ △학생들의 장단점을 파악해보고 자신감과 긍정적인 사고를 이끌어내는 ‘제자를 부탁해’ 등이 이어졌다.

활동에 참여한 한솔중 1학년 김민제(13) 군은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선생님 처지를 이해하고, 소중함에 대해서도 깨달았다”며 “평소 학교생활 중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 선생님에게 반항심도 들었는데, 앞으로는 먼저 앞장서 선생님과의 소통에 나서 오해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군은 “내년에 후배가 생기면 반드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도 교사로 나선 양지고 상담 담당 정금영(여·30) 교사는 “행사 참여를 계기로 교권회복을 위해선 교사와 학생 사이에 먼저 인간적 유대감이 형성돼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밝혔다. 정 교사는 “일방적으로 강요한다고 학생들이 따라오지 않는 만큼 먼저 학생들과 소통하려는 자세로 솔선수범을 보여 관계 개선을 효과적으로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세종시교육청은 처음으로 진행한 이번 사제동행 캠프가 교사와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은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영기 장학사는 “교사와 제자 간 심각한 갈등이 어제오늘 문제가 아닌 상황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장학사는 “스승과 제자 간 진솔한 소통을 유도해 존경과 사랑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