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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 직격탄 맞는 업종
김영란法 시행 등도 악영향

기업대출과 중복 사례 많아
非은행 금융기관 대출 다수
금리 올라가면 리스크 커져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부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빚은 늘어나는데 장사는 안 되고 빚 갚는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기업 구조조정 여파 및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등의 악재마저 겹치면서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은 사상 최대치인 253조8000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가계부채로 잡히는 자영업자들의 대출까지 더해지면 규모는 더 늘어난다. 부채의 질도 나쁜 상태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기업대출 및 가계대출은 519조500억 원으로, 이 중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중복으로 보유한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전체의 63.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의 32.6%는 고금리를 받는 비은행금융기관이 차지했다.

지난 8월 30일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개인사업자 대출은 부동산 경기 등에 대한 순응성이 높고 자영업자 부채라는 점에서 가계부채와 성격이 유사하다”며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김영란법 시행 후 영업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일부 시중은행은 실태 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은행권은 아직 연체율이 양호하다는 이유로 자영업자 대출을 늘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으로 대기업 여신을 줄여야 하는데, 중소기업 대출은 포화 상태고 남은 건 자영업자 대출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영업자 부채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이지 상황에 따라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자영업자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상환보다는 만기를 미루며 상황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영업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통계청의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내 ‘가구주 종사상 지위별 가계 재무건전성’에 따르면 가구주가 자영업자인 가구의 부채는 상용근로자, 임시일용직 등과 비교해 가장 많은 가구당 9392만 원으로 집계됐다. 자산 대비 부채비율,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 모두 가장 높은 19.5%, 151.4%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중 상당수가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에 몰려 있는 데다, 중·노령층인 은퇴자들이 과다 경쟁 업종에 뛰어들면서 도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문영배 NICE평가정보 CB연구소장은 “중·장년층의 경우 자산을 담보로 빚을 내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실패할 경우 자산을 잃고 부채까지 떠안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된다”며 “이들이 자영업이 아닌 다른 소득 수단을 찾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등 차주별, 소득별, 자산별 특성을 고려한 미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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