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 대다수 공무원·공직자
핵심지 임대료 서울 강남수준
손님 줄고 단가 못 맞춰 ‘울상’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세종특별자치시에 때이른 찬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거주자 대다수가 공무원이거나 공직자인 세종시 상권 중에서 상당수는 궤멸할 것”이라는 괴담(怪談)까지 횡행할 정도다.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세종시 노을3로에 있는 ‘꽃갈비’라는 고깃집은 지난 8월 29일부터 ‘고기 구워주는 서비스’를 중지했다. 김영란법에 따라 3만 원 이하 메뉴를 개발하다 보니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대신 ‘고기를 맛있게 잘 굽는 방법’이라는 안내문이 식당 곳곳에 내걸렸다.

세종시 금남면에 있는 ‘봉피양 세종시점’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봉피양 특별세트’라는 메뉴를 내놨다. 4인 세트가 11만9000원인데 등심 2인분(200g), 생양념등심 2인분(200g), 녹두빈대떡 1개, 식사 4개(맛보기냉면, 된장찌개, 우거지된장국 중 선택)로 구성돼 있다. 1인당 3만 원 이하에 맞춘 것이다. 음료수나 주류 등은 당연히 포함돼 있지 않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노래방, 골프연습장 등도 김영란법의 ‘후폭풍’에서 비켜나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에서는 “세종시 상권 중에서도 가장 ‘노른자위’로 분류돼 임대료가 서울 강남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번가’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김영란법 시행으로 내수까지 ‘직격탄’을 맞을 경우 경기가 급격히 고꾸라질 수 있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부처들은 국민 정서와 정치적 요인이 뒤섞이면서 김영란법 시행이 확정됐기 때문에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영세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경제의 약한 고리’가 끊어지고 사방에서 난리가 나야 정치권이 ‘땜질식 처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