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토론회

“10년간 수사중 극단선택
기업인·공직자 등 90명”

“자백 보다 증거수집 지향
‘검사평가제’ 정착시켜야”

검찰이 피의자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그물망식 수사’ ‘별건 수사로 압박하기’ 등 무리한 수사 관행에서 벗어나야 피의자가 목숨을 끊거나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등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검찰 수사 도중 목숨을 끊은 기업인과 공직자 등이 90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제시됐다.

염건웅 명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9일 서울 중구 바른사회시민회의 회의실에서 열린 ‘검찰의 수사 관행,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이 같은 통계를 제시한 뒤 “검찰은 피의자 자백에 의존하기보다 증거수집에 의한 수사방식을 지향하고, 법원도 자백을 주요 증거로 인용하지 않도록 검찰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염 교수는 “검찰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소환 전부터 피의자를 죄인 취급하거나 수사 중 모멸감을 주는 관행부터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그간 정치·기업 비리사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가 목숨을 끊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사법 치사’라는 말까지 등장했다”며 “최근 ‘스폰서 검사’ 사건 논란까지 더해 부패의 전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검찰이 강압수사 관행을 타파하는 등 개혁에 앞장서야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홍세욱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변호사는 “고소득 전문직이나 공무원, 기업가, 정치인 등이 검찰 조사를 받다가 자살한 비율이 전체 인원의 50%에 이르고 있다”며 “검찰이 이들의 사회적 지위를 거론하며 굴욕감을 주거나 주변 인물들에 대한 그물망식 수사 등을 펼쳐 큰 심리적 부담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 변호사는 “피의자가 목숨을 끊으면 사건이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종결돼 형사사법 정의의 확립이라는 검찰 수사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채명성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우리 사법체계가 검찰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반면 견제 장치는 미약한 만큼, ‘검사평가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시했다. 채 이사는 “수사나 공판 과정에 직접 참여한 변호사가 검사의 윤리성과 인권의식,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 등을 평가한 뒤 법무부와 대검찰청, 검사인사평가위원회 등에 보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