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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박물관’이 오는 24일 미국 워싱턴에 문을 연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계열의 막내로, 정식 명칭은 ‘국립 아프리카 미국인 역사·문화 박물관’이다. 개관식에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다. 한 세기 전부터 아이디어가 나왔던 흑인 박물관 완공에는 오바마 대통령 덕이 컸다. 1980년대, 2003년 의회에서 논의됐다가 추진력을 잃었던 박물관 건립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9년 국민 프로젝트로 탈바꿈시킨 것. 박물관 설계 공모를 통해 국민 관심을 불러 모으고, 다인종이 전시내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편향성 논란을 피했다.

하지만 흑인들의 ‘십시일반’이 없었다면 박물관 완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명 인사들의 건립 기금 기부가 결정적이었지만, 1000달러(약 110만7000원) 이하의 개인 성금으로 모은 금액도 400만 달러에 달했다. 흑인 박물관은 15개 도시에서 ‘유물 로드쇼’를 통해 4만 건을 수집했고, 이 중 3500건이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 전했다.

말 그대로 흑인 대통령이 이끌고, 흑인 시민들이 똘똘 뭉쳐 만들어낸 박물관이다. 하지만 올해 흑인들은 1960년대 흑백차별 철폐를 이끌어냈던 인권운동 이후 최악의 위기에 처해 있다. 2014년 8월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경찰에게 사살된 이후 촉발된 인종차별 문제는 인종주의 색깔을 드러내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때문에 악화 일로다. 흑인들의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백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맞불 운동이 일어나고,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 활동도 되살아나고 있다. 급기야 미국프로풋볼(NFL)의 샌프란시스코팀 쿼터백인 흑인 콜린 캐퍼닉이 8월 말 시범경기에서 인종차별 항의 차원에서 국가 연주 때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으면서 논란은 애국주의로까지 번졌다. 다인종·다문화 사회인 미국을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인 애국주의까지 흔들리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종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을지, 봉합 수준으로 갈지는 구심점이 돼온 오바마 대통령 퇴임 뒤 흑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달린 듯하다.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