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17일 충남 당진시에 위치한 한 경로당에서 당진중 발 마사지 봉사동아리 ‘행복한 동행 봉사단’ 소속 학생들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발 마사지를 하고 있다. 백운자 교사 제공

충남 당진中 ‘동행 봉사단’

적극적인 동아리 활동을 매개로 잊혀 가고 있는 사제간의 정을 되살리고 있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있다.

“매주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어르신들께서 미소를 지으며 제 손을 잡아주시면 피로가 눈 녹듯 사라져요. 우리에게 봉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신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과 함께 존경심을 느낍니다.”

충남 당진시 당진중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정하진(여·15) 양은 매주 토요일마다 지역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을 상대로 발 마사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같은 또래 친구들이 늦잠을 자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혹은 학원에 가는 시간에 정 양은 봉사활동을 하느라 분주하다. 지난 2014년 당진중에 입학한 이후 현재까지 벌써 햇수로 3년째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 양은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누가 시키지 않아도 능동적으로 찾아서 일하는 습관과 어른들을 공경하는 마음을 배우게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 양은 “1학년 때 선생님 권유로 동아리에 가입한 뒤 방학 때를 제외하고는 매주 토요일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며 발 마사지를 해드리고, 식사 준비를 위해 주방 일손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정 양뿐 아니라 같은 시간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활동에 참여하는 다른 동아리 40∼50명 회원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진중 학생들이 이처럼 ‘황금 시간’에 자발적으로 고된 일을 자처하게 된 배경에는 이 학교에서 기술·가정을 가르치는 백운자(여·57) 교사의 영향이 컸다. 교사 경력 33년 차인 백 교사는 학업뿐 아니라 인성을 갖춘 학생을 길러내야 한다는 평소 교육 철학에 따라 2004년부터 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전근을 갈 때마다 학교에 새롭게 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정착시키는 게 그의 보람이다.

백 교사는 당진중에서도 “이왕에 봉사를 할 거면 시간을 채우는 수준에 그치지 말고 제대로 해보자”고 학생들을 설득해 ‘행복한 동행 봉사단’을 탄생시켰다. 봉사활동을 위해 전문가에게 발 마사지를 배운 그는 어르신들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학생들에게도 총 21시간의 교육을 시켰다. 이런 백 교사와 학생들의 열정을 인정해 학교에서는 매년 150만 원가량의 예산을, 당진시에서는 무료 버스를 지원해주고 있다.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다. 백 교사는 무엇보다 매주 토요일, 1년에 24차례 이상 제자들과 가치 있는 경험을 공유하며 존경과 믿음이 바탕이 된 사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 점을 가장 큰 수확으로 꼽고 있다.

백 교사는 “최근 교권이 흔들린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선생님이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마음을 표현하면 아이들도 선생님을 존경하며 권위를 인정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사는 “대부분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함과 함께 미래 세대에게 희망이 있음을 몸소 느낀다”고 전했다.

백 교사는 방과 후 갈 곳이 없거나 학원 다닐 형편이 안되는 학생들을 위해 ‘스펀지 공부 사랑 학습동아리’도 만들어 매일 자율학습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성적에 따라 학생 간 멘토·멘티 스터디그룹을 꾸리도록 유도해 성적 향상을 효과적으로 이끌고 있다. 학생들에게 손수 저녁밥도 지어 먹인다. 3학년 권민상(15) 군은 “선생님께서 매일 학생들과 함께 오후 9시까지 남아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셔서 이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최근 시험 평균점수가 3점이나 올랐는데, 장래희망인 역사학자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