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선우휘는 192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경성사범학교를 졸업했다. 소련 군정 치하의 북한에 환멸을 느껴 월남, 일간지 기자가 됐다. 미국 유학을 위해 밀항을 시도했으나 곧 발각돼 꿈을 접고 인천중학교 교사로 부임했다. 교사 시절 여순사건이 발발하자 “군인이란 가장 순수한 인간”이란 생각으로 육군에 정훈장교로 입대했다.

6·25전쟁이 터지자 특수부대원 선발에 자원, 전방 군단 유격대장으로 참전했다. 1·4 후퇴 때는 끊어진 대동강 철교 위에 가교를 설치해 피란민을 도운 일화가 있다.

1955년 소설 ‘귀신’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1957년 중편소설 ‘불꽃’으로 제2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현역 대령이던 작가는 “훌륭한 소설로 군인의 이미지를 선양했다”는 이유로 육군참모총장 표창장을 받았다.

예편 후 상경, 언론에 복귀해 언론인과 소설가 생활을 병행했다. 조선일보 주필과 논설고문을 지낸 그의 칼럼은 춘추필법으로 좌우 양쪽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문학인으로서 그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역사와 인간관계 및 전개에 천착했다. 그는 전쟁이 자신을 작가로 만들었다고 종종 말하기도 했다.

작품의 경향은 사실주의적 기법에 바탕을 둔 행동주의 계열로 특징지어진다. ‘오리와 계급장’ ‘깃발 없는 기수’ ‘단독강화’ ‘싸릿골의 신화’ ‘십자가 없는 골고다’ 등의 중단편과 ‘노다지’ ‘물결은 메콩강까지’ 등의 장편소설이 있다. 칼럼집으로는 ‘한국인의 진실’ 등을 남겼다. 동인문학상, 고재욱상, 평북문화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불편부당(不偏不黨)’을 소신으로 지닌 그는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늘 넥타이를 매고 다녔다. 또한 “한 달에 한 번쯤은 통음해야 머릿속 찌꺼기를 씻어내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며 평생 술을 가까이했다. 신문사 퇴임 후 “이젠 편히 소설만 쓰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1986년 6월 12일 부산에서 KBS TV 6·25 특집 프로그램 ‘살아있는 전장’의 녹화 제작에 출연하던 중 뇌일혈로 쓰러진 뒤 숨졌다.

오랜 친구인 철학자 지명관은 “행동파적이고,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모럴을 가진 사람, 무엇보다 인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그를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