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개정방향’ 토론회
급조된 단체 부정청탁 우려

오는 9월 28일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사립학교법이나 언론관계법 등 기존 법으로도 규제와 처벌이 가능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 입법 취지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시민단체에 합법적인 청탁 권리를 허용하고 있어 각종 부정청탁이 급조된 시민단체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 교수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영란법 제대로 만들기를 위한 개정방향 논의’ 토론회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달리 사립학교 교원이나 언론인에 대해서는 사립학교법이나 언론관계법 등 기존 법으로 얼마든지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등을 금지하고 위반 시 제재·처벌할 수 있다”며 “헌재가 여론조사나 국민의 인식까지 (김영란법의) 정당성 논거로 삼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은 포함되고, 김영란법의 원안에 있던 이해충돌방지조항이 국회 처리 과정에서 빠지면서 입법 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공직자의 직무 수행에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돼 청렴한 직무 수행이 저해되는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김영란법 원안의 핵심이었다”면서 “그러나 정작 원안에 있던 이해충돌방지규정은 빠지고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이들을 ‘투망식’으로 통제하는 법률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토론에 나선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확대됐지만, 실질적 통제를 위한 예산과 인력 확보가 연계되지 못하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차라리 선택과 집중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도태우 변호사는 “선출직 공무원과 정당, 시민단체 등에만 합법적인 청탁 권리를 허용하는 조항 때문에 ‘청탁특권’으로 변질할 우려가 크다”며 “각종 부정청탁이 급조된 시민단체를 거쳐 합법으로 세탁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는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과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