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19일 오전 춘추관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우병우 민정수석 수사 의뢰 조치를 강력 비판하는 내용의 청와대의 입장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특별감찰관 정면비판 파장

“국기 흔드는 중대 위법행위”
‘禹 사퇴는 없다’ 공개 선언
‘특정언론과 힘 대결’ 인식

현정권 만든 제도 자기부정
여론과 전쟁·與내부도 반발
‘禹 지키기’에 ‘폭탄’ 떠안아

청와대가 19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을 강도 높게 비판함에 따라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 논란은 일단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가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 감찰관의 행위를 “국기를 흔드는 일” “중대 위법행위” 등으로 규정한 것은 ‘우 수석의 자진사퇴 또는 교체는 없다’는 점을 공개 선언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청와대의 입장 표명에 대해 여권과 보수진영 내부에서조차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안보와 경제의 ‘더블 위기’를 극복하기에도 국정 운영의 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 수석이라는 무거운 짐을 스스로 떠안은 데다 집권 후반기 여권의 분열까지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시종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특정 메이저 언론사에 의해 시작된 우 수석에 대한 공격은 언론사가 자기 입맛대로 정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정치적 행위”라며 “박근혜정부에서만큼은 특정 언론에 굴복하는 관행을 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우 수석의 부동산 특혜 거래 의혹을 보도한 특정 언론사 기자가 이 감찰관과 통화해 검찰 수사 의뢰 방침을 취재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런 보도와 의혹 제기를 박 대통령을 흔들려는 시도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현재 상황을 ‘힘 대 힘’의 대결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특정 언론사로 대표되는 국민 여론과의 승부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의 강경 대응 방침에는 박 대통령의 독특한 리더십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주변 인사는 “대통령은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내가 믿지 않고 함부로 버리면 누가 나를 따르겠나’라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혐오하는 ‘배신의 정치’ 논리를 자신에게도 적용하는 셈이다. 다른 인사도 “우 수석은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정치적 빚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사람을 정치적 부담을 떠안고 계속 끌고 간다는 것은 우 수석의 결백과 업무 능력을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어쨌든 검찰은 우 수석에 대한 수사와 이 감찰관의 위법 행위 수사를 동시에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민단체는 전날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이 있는 이 감찰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두 건에 대한 수사가 조기에 종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우 수석의 거취가 정해지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 수석이 자진 사퇴하는 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이날 우 수석을 지켜본 한 인사는 “자진 사퇴할 조짐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새누리당 내부의 움직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의 움직임이 제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 우 수석의 사퇴 불가피론을 밝힌 바 있는데 앞으로 여당 내부에서 이 같은 반란(?)이 본격화된다면 청와대는 더욱 곤경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만용·박세희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