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을 둘러싸고 끝없이 이어져온 군(軍) 일각의 부정·비리가 군통수권자의 지시마저 ‘조롱’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는 16일 “군 검찰이 최근 대북 확성기 도입 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국방부 심리전단과 업체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며, 해당 사안의 본격 수사 착수 사실을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13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심리전 수단”이라며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자행한 이틀 후인 그달 8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취지를 밝혔었다.

심리전단이 40대의 신형 확성기 도입 과정에, 방송용 음향장비 생산업체일 뿐 고출력 도달 원거리 확성기 제작 경험도 없는 업체를 선정한 경위부터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평가 항목 및 심사기준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마찬가지다. 10㎞ 거리에서도 또렷하게 방송을 들을 수 있어야 심리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도, 지난달 실시된 성능평가에서 선정업체의 확성기 가청거리는 3㎞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검은 커넥션의 결과 아니곤 이해하기 어렵다. 책정된 사업비 183억 원조차 크게 부풀려졌을 개연성이 크다고 하니, 복마전이 따로 없을 정도다.

이번 사건으로 11월 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확성기 확대·배치가 어렵게 됐다. 대북 확성기 사업 비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명백한 이적(利敵)행위임은 물론이다. 비리 장본인들에 대한 엄벌은 당연하다. 지휘·감독 책임 또한 그 연장선에서 엄중히 물어야 재발이나마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