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처럼 한시적 인하만 검토
땜질처방에 여론 더 악화될듯

정부가 불합리한 누진제로 인한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 비난에 한시적으로 누진제 구간을 완화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누진제 자체의 개편은 장기적 과제로 돌리기로 하면서, 또다시 ‘미봉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오후 새누리당 정책위원회와 누진제 완화 등 서민·중산층이 과도한 전기요금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정부와 여당은 우선 정책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장 추진할 수 있는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 상의 4구간(300∼400㎾) 요금을 3구간(200∼300㎾) 요금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늦어도 7월 전기요금이 부과되기 전에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가 한시적인 누진제 완화 시행으로 선회한 데는 여론의 압박이 가장 컸다. 특히 전력 사용자의 50%가 3~4구간에 집중돼 있어 이들의 전기요금체계에 대한 불만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달 25일부터 7월 전기요금(1∼31일 사용분) 납부 고지서가 가정으로 전달되는 시점 전에 이 같은 여론의 불만을 잠재워야 한다는 데 정부와 여당이 공감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7월에 사용한 전기요금에 대해 누진제 완화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직접적인 요금인하 정책을 쓰기에는 요율 책정 등에 시간이 걸리는 반면 지난해 시행한 누진제 완화는 이달 중에라도 곧장 시작할 수 있다. 과거 대정전 사태(블랙아웃)가 9월에 일어났으며 기상청이 예측하지 못한 이상고온 현상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시행종료 시점도 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하더라도 ‘땜질식 처방’이란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이 일반화된 가전제품이고 기록적인 폭염이라는 변수도 고려하지 않고 ‘누진제 개편은 없다’는 식으로 버텨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전력공사가 지속적으로 누진제 완화에 대한 입장을 주장해왔음에도 요금체계 결정권이 있는 산업부는 서민층의 전기료 부담 가중, 부유층 전기료 감세 논란, 에너지 절약 등의 이유를 근거로 누진제 개선 논의를 외면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했을 당시인 19대 국회에서 일부 야당 의원은 누진제 완화가 서민이 아닌 부유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