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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14일째 본관점거 농성… 사태 장기화

재학·졸업생 오늘 대규모 시위
일각선 “학생들 요구 지나쳐
이렇게 물러나면 학교 어떻게”
‘강건너 불구경’ 교육부 비판

이화여대 평생교육 단과대(미래라이프 단과대) 설립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학교 측과 학생들 간의 대립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10일 최경희(사진)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동참하면서 이화여대 사태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그러나 본관 점거 농성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 일각에서는 총장 사퇴 요구가 지나치고, 7월 28일부터 14일째 이어지고 있는 점거 농성의 해제도 검토할 시점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대학 측이 학생의 요구를 수용해 단과대 설립을 백지화한 뒤에도 무리한 요구를 굽히지 않는다는 안팎의 평가와 대책 없는 시위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을 의식한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성 학생 측의 향후 시나리오에 후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장이 물러날 때까지 농성·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함께 이화여대 정문에서 교내 ECC(이화캠퍼스센터)를 거쳐 다시 정문으로 돌아오는 교내 행진은 강경투쟁 기류가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지난 7일 최 총장에게 9일 오후 3시까지 물러나라고 요구했으나, 최 총장이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제 진심을 담아 직접 여러분들과 대화하고자 하는 뜻을 전한다”면서도 사퇴를 거부하자 다시 대규모 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어떻게든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농성 중인 학생들이 총장 사퇴 외에 다른 요구사항을 내놓지도 않아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단과대 설립을 철회했는데도 점거농성을 풀지 않는 것은 약속 불이행”이라며 “학생들을 자극할까 봐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어 갑갑하다”고 말했다.

최 총장이 이미 미래라이프 단과대 설립을 포기했고, 시위 학생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경찰에 탄원서까지 냈는데도 학생들이 총장 사퇴를 계속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는 여론도 형성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이런 일로 총장이 물러나면 앞으로 누가 총장으로서 소신 있게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데는 교육부의 책임도 있는데 정작 교육부는 뒤로 빠져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태가 오히려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같은 사업 대상자인 동국대에서도 총학생회가 평생교육 단과대 설립 반대 입장을 밝힌 뒤 이날부터 나흘간 농성에 들어간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