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野증세론’ 지적
“부가세 원천징수는 옳은 방향”

야당이 강력 추진하고 있는 증세안과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충돌해 정책 효과가 떨어지고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무려 48%에 달하는 면세자 비율을 조정하지 않은 소득세 인상안의 한계도 지적됐다. 올해 현재 국내 소득세 면세자 비중이 48%로 영국의 16배 수준이다.

3일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소득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크게 떨어져 글로벌 기준에 맞게 상향할 필요는 있다”면서 “그러나 그 작업은 절반에 가까운 면세자 비율을 조정해 세원을 넓히는 게 우선이고, 그래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정치적으로 접근해서 명목세율을 당장 올리는 것보다는 기존 제도 안에서 실효세율을 올리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 법인세 증세안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과 충돌, 두 정책 모두 효과가 낮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는 세율과 세수가 직접 연결되지 않는데 마치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극단적 포퓰리즘이며,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에서도 뒤처질 것”이라면서 “과거처럼 성장률이 6% 이상일 때는 인상이 가능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경제활성화를 통해 성장기반을 확충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재정금융팀장은 “수출이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제성장이 어려워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추경을 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고, 다른 나라들도 자국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금리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와중에 과표 500억 원 이상의 ‘한국 경제 대표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인상되면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유출액이 29조 원에 달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세수가 오히려 약 5조2000억 원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원천징수하는 안은 탈루를 막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는 평가다. 조 교수는 “탈루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고, 외국에 비해 국내 간접세 비율이 높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는 “유흥업소나 위장가맹점 등 탈루가 심각했던 곳을 중심으로 일부 시행을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