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라산 해발 1600m 만세동산에서 방목된 조랑말 등 말 4마리가 조릿대를 뜯고 있다. 연합뉴스

조릿대 제거위해 4마리 방목
1마리가 하루 24㎏ 해치워

제주 조랑말들이 한라산 식물 생태계를 교란하는 ‘조릿대 제거’ 특명을 받고 한라산에 올랐다.(문화일보 6월 3일자 5면 참조)

28일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한라산 해발 1600ｍ 만세동산에 제주 토종 조랑말 2마리와 한라마(조랑말·경주마 교잡종) 2마리 등 4마리가 방목됐다.

이 말들은 지난 22일과 24일에 걸쳐 “한라산을 점령한 조릿대를 제거하라”는 특명을 받고 이곳에 투입됐다. 75일 동안 조릿대를 맘껏 포식하며 지내게 된 것. 말 1마리가 하루 18∼24㎏ 정도의 조릿대를 먹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연구원 측은 한라산을 뒤덮어 다른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조릿대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말 방목’을 선택했다. 제주조릿대는 근경 번식과 폭넓은 환경 적응력으로 한라산 주요 하층 식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1980년대 중반 (제주마) 방목 금지 이후 환경 변화 등으로 분포 권역이 한라산 고지대까지 확장되는 등 다른 식물 생태계를 잠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학계를 중심으로 제주조릿대의 우점(優占) 원인 규명과 분포 실태 파악 등 다양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돼 이번 실험을 하게 됐다.

백록담을 포함한 한라산은 1966년 천연기념물로, 1970년 한라산국립공원으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각각 지정됐으며 2012년 한라산국립공원 자연자원조사 보고서에도 한라산에는 4600여 종의 난대·한대·아한대 생물이 자생할 정도로 식물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은 이번 실험에서 말 방목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해발 1800m 장구목에서 사람이 직접 조릿대를 베어내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김현철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연구원은 “한라산 말 방목은 30여 년 전 식생 보호 등을 이유로 금지됐으나, 생태계의 다양성 보존 방안의 하나로 다시 방목이 검토되면서 한라산에 말들이 뛰노는 목가적 풍경이 관광자원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