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사무총장 “연대가 핵심”
발트 3국 대통령들도 가세

백악관 “상호 방위 지킬 것”
공화당 “푸틴만 행복하게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방어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한 발언에 유럽 지도자들이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물론 공화당에서조차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21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후보가 나토 동맹국인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더라도 자동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국내외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의 대선 선거운동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전제한 뒤 “동맹국 간 연대가 나토의 핵심 가치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트 3국은 대통령까지 나서 강력하게 비난했다. 토마스 헨드리크 일베스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국내총생산(GDP)의 2%를 부담하도록 한 규정을 지키는 유럽 5개국 중 하나”라며 “우리는 우리 동맹국 모두에게 동등하게 헌신하고 있다. 그게 동맹국을 동맹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유럽에서 트럼프의 발언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1949년 나토 창설 당시 동맹국간 상호 방위를 규정한 나토 조약 5조의 혜택을 본 유일한 나라가 미국인 탓이다. 유럽은 미국이 2001년 9·11테러 공격을 당하자 이를 나토 동맹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나토 창설 이후 처음으로 상호 방위 조항을 발동해 미국 영공 감시 등 군사지원을 했다. 유럽은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도 함께했으며 1000명이 넘는 전사자를 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탓에 미국, 특히 공화당 내에서조차 트럼프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나토는 세계 역사상 가장 성공한 군사동맹”이라고 지적했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럼프의 발언은)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들고, 미국을 덜 안전하게 만든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매우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게 했다”고 비난했다.

조지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나토 조약을 지지했다”며 “동맹의 핵심은 상호방위 서약이며 미국은 이 서약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