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등 SOC ‘무분별한 유치’
박물관 짓고나니 관람객 없어

국회와 지방의회, 지방자치단체도 주민들의 님비(NIMBY) 및 핌피(PIMFY)에 부합해 ‘지역 챙기기’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부적절한 사업 계획이나 중복 투자 등에 대한 예산 지원으로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96년부터 20여 년간 공립박물관 건립 사업에 2224억 원을 국고에서 지원했다. 그 결과 전국의 공립박물관 수는 약 3배가 증가한 326개가 됐다. 하지만 1일 관람객이 100명이 채 되지 않는 박물관이 전체의 40%에 이르고, 연 관람인원이 1000명 이하인 박물관도 47개나 됐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국·공립박물관의 지역 내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해남군은 당초 80억 원으로 책정됐던 해남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건설예산이 150억 원으로 증액됐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았지만 지난 15일 지역구 국회의원인 윤영일 의원을 초청한 간담회를 열어 26억 원의 추가 국고 지원 요청을 결의했다. 윤 의원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도 국회의원 등의 ‘지역 사랑’이 이어진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도로부문 예산을 8조8590억 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를 거치면서 2355억 원이 증가해 9조945억 원이 됐다. 국회를 통과하며 지역에 편성되는 건설 예산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현재 정부가 확정한 500억 원 이상의 SOC 사업은 400개가 넘고, 관련 예산만 244조6000억 원에 달한다.

상하수도 건설사업도 예산 낭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하수도·수질분야 예산은 4조4000억 원으로 환경 관련 예산 6조7000억 원의 67%에 해당한다. 전년도 세출예산 5조2000억 원에서 상하수도·수질분야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 63.7%에서 4.7%포인트가 증가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예산으로 추진된 상하수도 사업 중 상당수가 국고보조금 지원 대상이 아닌 사업에 지원되는 데다, 중복·과잉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