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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마에 오른 ‘면책특권’

特權 뒤에 숨어 ‘아니면 말고’…‘견제’아닌 ‘정쟁’ 수단 변질

김병채 기자
김병채 기자
  • 입력 2016-07-0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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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노무현-유병언 유착설
2010년 남상태-김윤옥 로비설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고발 됐지만 면책특권 불기소

헌법의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오·남용 방지 대책 마련 시급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은 권위주의 시절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보장하는 기능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실 확인 없는 ‘묻지마 폭로’에 대한 방패막이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헌법상 규정된 면책 특권을 인정하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례뿐 아니라 최근 국회에서 면책 특권과 관련돼 논란이 됐던 발언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2014년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SNS상의 한 사진을 근거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진 속 인물이 유 전 회장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에는 당시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국가정보원에 박근혜 대통령 사찰팀이 있다는 내용을 폭로했지만, 신빙성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2010년에는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의 몸통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지목했으나 역시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형사 고발당했지만, 면책 특권에 의해 기소되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는 4일 “요즘은 과거에 비해 각종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 등이 훨씬 커졌다”며 “발언을 하기 전 사실을 거듭 확인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면책 특권은 대통령과 행정부 등 권력기관에 대한 국회의 견제 수단으로 도입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취지와 상관없는 폭로성 발언들도 계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조응천 의원의 문제가 된 발언은 민간 언론사 간부의 성추행 전력 허위 폭로였다. 2011년 당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야당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녹취를 상임위 회의에서 공개했다.

같은 해에는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김진표 민주당 의원의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을 제기하는 등 면책 특권이 행정부 견제 수단이 아니라 여야 간의 정쟁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청와대 통일비서관 시절 알게 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관련 내용을 국회 상임위에서 언급해 면책 특권을 선거운동에 이용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치관계법 전문가인 황정근 변호사는 “사생활과 관련한 발언도 면책 특권으로 보호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모습은 면책 특권을 헌법에 명시한 취지와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면책 특권으로 인해 국회 회의장에서의 발언 등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순 없지만, 국회 내부 징계는 가능하다. 국회법 146조는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의결을 거쳐 징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윤리특위가 제 역할을 못 하면서 국회의원의 무책임한 발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은 헌법상 정신을 존중하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윤리 규정 강화를 통해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 등 본연의 목적을 벗어난 묻지마식 폭로나 명예훼손 등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채·김다영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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