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600여명 검사의 2배
수사 폭넓게 담당 로비 대상
처우 열악해 금품 유혹 취약

大檢, 근절방안 내놓을 계획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로비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관 2명이 체포되고 추가로 수사 대상에 오른 수사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검찰청은 전·현직 검사 그늘에 가려졌던 수사관 로비에 대해서도 비리 근절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전관예우만큼이나 수사관 비리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정 전 대표의 자금흐름을 토대로 금품거래가 의심되는 검찰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수사관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법조로비 수사가 끝난 후 검사뿐만 아니라 수사관들에 대해서도 비리 근절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전 대표 법조로비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현직 검사에 대한 수사로 나아가지 못하고 잇달아 수사관들을 체포하면서 일각에서는 ‘꼬리 자르기’란 비판도 있지만 법조계에선 수사관들이 실제 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체포된 김모(45) 수사관의 경우도 정 전 대표로부터 2억 원이 넘는 금품을 받는 등 검사보다 나은 대우를 받았다. 실제 정 전 대표는 서울고검 박모(54) 검사에게 서울지하철 입점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 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재경 지검의 한 수사관은 “검찰 로비 사건에선 ‘검사 조직’에만 여론이 몰려 역설적이게 수사관 비리에 관해서는 제대로 된 문제 제기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정 전 대표 한 사람에게 걸려든 수사관 수만 봐도 개인적인 비리로 끝낼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국의 검찰 수사관은 5600여 명에 달한다. 2000명인 검사의 2.8배에 달한다. 수사관들은 피의자 체포와 계좌 추적, 압수물 분석 등 수사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직접 사건을 담당하지 않아도 수사관 조직 내에서 정보가 돌아 정 전 대표 사건의 경우처럼 로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이번에 체포된 수사관 2명 모두 서울중앙지검 조사과 소속이거나 조사과 근무 당시 정 전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을 두고 일선 수사관들 사이에선 “드러날 게 드러났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과는 20억 원 이상 고소·고발 사건을 다루는데 특수부와 달리 여론의 주목도는 낮은 반면, 사건 금액은 훨씬 크다. 또 금품 관련 사건이다 보니 민사소송과 함께 진행되면서 수사 결과가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쳐 비정상적인 로비에 의존하려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악한 처우와 승진 적체 등으로 수사관들이 로비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2월에는 ‘명동 사채왕’으로 불리는 사채업자 최모(61) 씨로부터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관 2명이 체포됐으며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은 대구지검의 한 수사관에게 17억여 원을 건네기도 했다.

정철순·이후연 기자 csjeong1101@munhwa.com